작성일 : 17-07-28 16:16
[103호] 시선 하나 - 후쿠오카현 오고리시 ‘인권교육계발센터’ 방문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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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현 오고리시 ‘인권교육계발센터’ 방문기

최한석


실로 간만의 외유(?)였다. 인권운동연대 부설 인권연구소가 울산 중구청이 발주한 ‘중구인권증진기본계획 수립용역’을 하게 되면서 해외의 지방자치단체 인권시책을 알아 볼 필요가 생겼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오랜 인권행정의 역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일본 지자체를 중심으로 찾다가 후쿠오카현 오고리시를 선택,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오고리시 인권교육계발센터다. 센터를 방문해 처음 받은 자료가 한글로 된 ‘생활정보 안내-다문화가정 안내서’이다. 한글이어서 얼마나 반갑던지...(센터측에서 나눠 준 다른 자료들은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나에게는 무용지물이었음.)
울산시청에도 가면 다양한 언어로 된 울산에 대한 소개를 담은 리플렛이 있다. 하지만 내가 센터에서 받은 자료는 50페이지나 되고 긴급재난 시 도움요청 및 행동방법, 시청, 우체국, 은행 등 공공시설 방문 시 다양한 민원해결방법, 다문화가정 지원시책 안내, 운동시설, 문화시설까지 망라된 말 그대로 생활 안내서였다. 내가 이민을 온 사람이라면 한 장짜리 도시소개 리플렛보다 훨씬 더 유용할 것 같았다. 이민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 보였다.

오고리시는 인구 59,433명의 작은 도시이다. 울주군 범서읍이 7만 명이 넘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큰 행정동 정도 되는 셈이다. 이 작은 도시에 독립된 인권조직인 ‘오고리시 인권교육계발센터’가 있고 시청 내 인권대책과를 포함해 인권관련 공무원이 14명이나 된다고 하니 다양한 시책분야 중에 인권분야가 매우 중요한 시책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 센터에는 소장을 포함해 모두 4명의 직원이 있으며, 직원 중에는 인권관련 기관에 종사하다 퇴직하고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도 있었다. 인권교육계발센터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인권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상담과 구제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다양한 인권관련 조직을 지원하는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오고리시에도 일본의 고질적인 인권문제인 부락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일본은 옛날 메이지 유신 이전 에도시대에 사농공상 4단계의 신분에 들지 못하는 에타라는 계층이 있었는데, 가축 도살이나 사형집행을 하는 천민들이었다.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은 정책적으로 없어졌지만 근대에까지 이들을 차별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오고리시에도 이 부락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부락민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 진행되면서 인권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싹트고 행정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권연구소가 연구용역사업을 진행하면서 매 번 중요한 과제로 인권업무를 전담할 독립부서 또는 인권센터의 설립을 주장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광주 등 광역지자체와 은평구, 성북구, 광주 동구 등 기초지자체에서 인권부서를 만들고 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울산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에는 전담인원 1명이 전부고, 기초지자체는 여러 업무 중 인권업무를 포함해 담당하는 공무원 1명이 있을 뿐이다. 울산이 전국 최초로 광역과 기초지자체 모두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울산동구가 전국 최초로 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은 무척 큰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도시들이 인권도시의 비전을 갖고 인권행정의 주류화를 실현하기 위해 점진적 발전을 이루었다면 울산은 제도를 갖추는데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울산도 하루 빨리 인권행정을 실속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졌으면 하는 바램 이다.

※ 최한석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