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2-28 18:20
[110호] 시선 둘 - 화재사고와 소방안전 의식
 글쓴이 : 사무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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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사고와 소방안전 의식

이세호


저는 소방시설관리사 이세호입니다. 소방시설관리사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주요 업무는 ‘① 소방대상물의 방화관리업무를 대행하고, 소화전·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기준 및 국가화재 안전기준에 적합하도록 유지·관리하는 업무 ② 소방시설의 점검 및 정비, 건축물 소방시설 유지관리 및 화기 취급 감독 등 방화관리에 관한 사항, 건축물 소유자 등이 위탁하는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시설 점검업무 등’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사건과 2018년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을 보고 왜 스프링클러 설비가 작동되지 않았나 정말 궁금했습니다. 이유는 고장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을 언론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에 건물주 아들이 자체점검을 하고 소방서에 이상 없다고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현행법은 작동기능점검은 소방안전관리자가 자체점검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소방시설관리사는 하루 8시간 이상 꾸준히 3년 이상 공부해야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입니다. 그러나 2급 소방안전관리자 수첩은 한국소방안전협회에서 나흘 동안 교육받고 시험 쳐서 60점 이상 받으면 됩니다. 나흘 동안 교육받고 수첩 받은 사람들은 스프링클러 설비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르고 동작 원리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상 없다고 서류를 제출하면 소방서는 서류를 접수해줍니다.
소방시설 점검업체 직원들도 3인 1조가 되어 점검하며 자동화재탐지설비도 동작을 확인하려면 수신기에 1명 현장에 1명 최소 2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소방안전관리자 혼자서는 점검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또 언론에서 2층 여성 사우나실에 유리창을 깨어 사람들을 구출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소방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연기가 발생하면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5분 이상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검은 연기가 그 정도일 때 유리창을 깨면 백 드래프트라는 것이 발생하여 구출하러 가는 소방관의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건물 옆에는 2톤이나 되는 LPG 무더기 통이 있었습니다. 소방관 2명이 무더기 통이 터질까 봐 소방호스로 무더기 통 주위에 물을 뿌렸습니다. 그 무더기 통이 터지면 주위는 쑥대밭이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살펴보면 소화기로 불을 끈 흔적이 보입니다. 언론에 의하면 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녀사냥을 하듯이 이야기하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노인이 사망하였을 때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는데 건물주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2018년 6월 30일까지 유예기간을 주었습니다.
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피난시키려면 2명 이상의 보조자가 필요합니다. 침상에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이 났을 때 경종이나 사이렌 소리가 울려도 무용지물입니다. 거동이 안 되는데 소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다. 이때 자동소화설비인 스프링클러 설비가 필요합니다.
병원은 처음 시설할 때부터 완벽하게 해야지 중간에 설치하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모 병원의 원장님께서 자기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고 하니 1억 원 정도 견적이 나왔다고 합니다. 문제는 천정을 다 뜯고 공사를 시작하면 3~4개월은 영업을 못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병원문 닫으라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치원을 점검하다가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방화문에 노루발을 설치했기에 제거하라고 하니 불편하다고 합니다. 노루발 대신에 문 밑에 고임목을 받치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하고, 방화문 턱에 매트가 깔려있어서 방화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매트를 제거하라고 하니 애들이 넘어져 다친다고 안전차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방화문이 완전히 밀폐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이 나면 유독한 연기가 전 층으로 퍼져 죽을 수 있다고 하니 그제서야 제거한다고 합니다.
또 건물을 점검하다 보면 스프링클러 헤드가 가려있어서 장애물을 제거하라고 하면 실내장식에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데 제거하라고 하냐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계약된 대상 처 건축물에 작동기능점검이나 종합정밀점검을 하면 지적사항이 많이 나와서 건물주에게 이야기하면 빼달라고 합니다. 빼주지 않고 소방서에 보고하면 다음연도에는 계약해지가 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제천, 밀양 화재가 일어난 후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건물주가 문제가 있는 것은 수리하자고 이야기합니다. 화재사건으로 건물주 구속, 소방안전관리자 구속,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TV에서 본 건물주들의 안전의식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안전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상 없는 것으로 봅니다. 이것이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전은 국가가 체계적으로 국민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불조심하십시오.

※ 이세호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