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2-28 18:24
[110호] 시선 하나 - 용기 있는 당신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Me Too)
 글쓴이 : 사무국2
조회 : 5,705  

용기 있는 당신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Me Too)

강정희



1월 29일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는 인터뷰가 있었고 전국의 여성단체들이 동시다발로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라! 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후 성폭력을 고발하고 피해자를 응원하는 캠페인인 나도(#Me Too. 나도 당했다, 나도 피해자다) 캠페인이 퍼지고 있다.

검찰 내 성폭력 피해자인 서 검사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울음을 꾹꾹 참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너무 아팠다.
성추행을 당하고 오랫동안 본인이 잘못한 것이 아닌지,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생각했단다. 용기를 내어 말해야 했던 이유를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말을 전하고 싶어서라 한다. 이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피해자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하지만, 유독 성폭력을 비롯한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잘못을 따지고 처벌하기보다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일어나는 폭력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의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차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성폭력을 인권침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검찰 내 성폭력 고발 이전에도 학교에서, 직장 내에서 성추행, 성희롱 등의 성폭력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용기 있는 여성들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성폭력 고발 이후 피해자들은 심각한 2차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운동(#Me too)으로 ‘성폭력 말하기’가 퍼지고 있으나, 성폭력 이후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한 서 검사의 경우도 그의 성품, 업무 능력, 근무 태도가 좋지 않다거나 정치계에 진출하려 한다는 루머가 검찰 내에서 떠돌았다.
직장 내에서 성폭력 피해 이후, 성폭력 피해 상담을 받은 피해자 중 72%의 6개월 이내에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피해 사실을 말한 경우, 직장동료들이 피해자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따돌리기도 하고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몰아세우기도 하고 피해를 알면서 침묵하기도 한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회사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대기 발령, 승진제한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도 하고, 피해자는 견디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제적 불이익을 겪는다.
또 피해자는 명예훼손죄로 고통받기도 한다. 피해 사실을 말하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다루어야 할 검찰 조직 내에서조차 성폭력 사건을 비밀리에 덮고 무마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할 검찰에서조차 2차 피해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모든 것을 버릴 것을 각오하고, 용기를 내야만 말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담담히 이야기해도 아무것도 잃지 않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서 검사와 같은 용기 있는 여성들의 말하기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왜냐하면,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속으로만 앓고 움츠리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내 성폭력 사건 그뿐만 아니라 문화계, 연극계, 교육계 등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들의 말하기에 더 귀 기울이고 성폭력, 성차별이 없는 사회로 바꿔나가는데 함께 할 것이다.


※ 강정희 님은 울산여성회 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