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2-25 19:27
[146호] 시선 하나 ? 영축산! 산행으로 얻은 자신감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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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산행으로 얻은 자신감

정이린


저는 인권연대 정기산행의 첫 산행인 영축산을 함께 갔던 예비고등학생 정이린입니다.
17살인 제가 1,000미터가 넘는 산을 가게 된 이유는 한 달 전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은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한번 높은 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준비도 없이 산을 올라갔다가 중도에 내려온 일이 있었습니다. 큰 사고는 없었으나 위험한 산행을 했고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렸던 일이 있었고, 그 일을 계기로 엄마는 겨울산행은 철저한 준비와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해 주고 싶으셨고 정상을 가보지 않아 아쉬워했던 나에게 정상을 가보는 경험을 주시고자 함께 등산을 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평소에 산을 좋아했던 엄마지만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한번 하지 않은 엄마는 출발 전부터 걱정이 많았지만 1년 넘게 검도를 하고 있고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엄마보다는 체력이 훨씬 좋다는 것은 자신 있었습니다. 등산장비와 먹거리를 준비하고 엄마의 짐까지 내가 더 많이 짊어지고 인권연대 회원 10여명과 함께 산을 올랐습니다. 제대로 된 등산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같이 오르던 인권연대분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힘을 내고 더 가볍게 올라갈 수 있었고 이래서 산은 함께 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계곡에 쓰러진 사람을 보았고 119구조대가 와서 그 사람을 구조해 가는 광경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왜 산은 혼자 가면 안 되는지 확실하게 느꼈고 그 사람은 혼자 등산을 했지만 오늘처럼 많은 사람이 산을 오를 때 사고가 나더라도 신고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산을 가야 된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고비 고비를 넘기고 드디어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산장에서?따끈한 어묵탕도 먹었습니다. 산장이 정상은 아니었지만 태양이랑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고 높은 곳에서 경치를 보니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산장의 라면, 어묵탕, 높은 곳에서의 경치! 이래서 산을 가는 것이구나. 또 한 번 등산의 맛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산 중턱에서 함께 나눠먹는 점심도 맛있었습니다.

다시 정상을 향해 열심히 올라갔고 역시나 정상의 길은 더 가파르고 힘들었습니다. 앞서가는 분들과 뒤처진 분들이 있고 그 속에서 기다려주고 속도를 맞춰주는 것을 보면서 인권연대 분들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올라와서 드디어 영축산이 새겨진 정상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정상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고 모두가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고 이렇게 줄이 긴 것은 영남알프스 9봉을 종주하면 은화를 준다는 것 때문에 더더욱 인증샷 열풍이 높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보았던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정상에 그렇게 넓어 보이는 평원 같은 능선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 곳이 신불산 쪽이라고 하셨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도전할 곳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정상 옆에 있는 산들 그리고 조그마하게 보이는 마을들과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람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으며 각자 다른 표정의 뿌듯함, 기쁨의 얼굴들을 보았고 처음 뵌 분들이었지만 정상에서의 얼굴은 모두가 밝은 얼굴이었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엄마와 등산 추억도 만들었고 인권연대분들과 단체샷도 찍어 또 좋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내려오면서 산을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의외로 젊은 언니들, 어린 친구들도 많았으며, 주인을 따라온 강아지들도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내려오면서 다리가 후들거려 나무줄기에 걸려 넘어질 뻔하거나 미끄러질 뻔도 했지만 같이 갔던 분들이 도와주셔서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것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무사히 모두 다 내려와서 안전하게 등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예비고등학생으로서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더 어려워지고 빠듯해질 학교, 학원, 공부생각으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산을 오르면서 깨끗한 공기, 좋은 경치,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한방에 날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번 산행으로 고등학교 가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습니다. 영남알프스 9봉 완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울산시민으로서 언젠가는 모두 도전을 해 보겠다는 포부를 가지며, 등산을 같이하며 많은 칭찬과 응원을 해주신 인권연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등산 할 기회가 생긴다면 또 가보고 싶습니다.


※ 정이린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의 자녀로 신선여고 입학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