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29 16:11
[143호] 시선 하나 ? 살고 싶은 도시, 도시재생의 의미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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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도시, 도시재생의 의미

길경희


전국 각지의 지자체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분주하다. 현재 300여개가 넘는 지역에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 울산에도 올해 초 2곳이 새롭게 선정되어 총 12곳의 도시재생 사업지가 있다.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도시재생사업 외에도 울산광역시에서 주관하는 울산형 도시재생사업,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경관개선사업, 보행환경 개선사업, 생활환경정비사업 등등 여러 부처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시재생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70년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급격히 진행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우리나라의 인구증가가 둔화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도심의 인구가 줄어들고 공간적으로 쇠퇴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2002년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제정과 도시재생이 정책적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고,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13개의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도시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으나 전면 철거에 의한 도시재개발에 익숙한 주민들은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주민들의 체감도도 떨어져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효과는 미미하였다. 이후 2017년에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발표되었다. ‘도시재생 뉴딜’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사업으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며, 도시 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 추진으로 도시재생사업은 큰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는 높지 않다. 다수의 도시재생사업지에서 물리적 정비사업에 치중하고 있고 주민들의 정주환경 개선보다 행정 실적 위주의 관광화 사업이 우선시 되어 주민들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지역도 여전히 존재한다.
더욱이 여타의 국책사업처럼 단발성 사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어 보인다. 이미 70여 년 전부터 시작되어 온 서구 유럽의 많은 도시들과 40여 년 전부터 도시재생을 진행해 온 일본도 도시재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도시의 쇠퇴를 경험한 서구에서도 도시의 쇠퇴는 물리적인 환경 개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물리적 정비가 도시재생사업이라면 새로이 들어선 신도시는 도시재생사업이 필요 없을까?
그렇지 않다. 물리적 정비사업이 없을 뿐, 그곳에도 현안은 존재한다. 그들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개조하여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육아를 서로 품앗이하고, 자아실현과 취미생활을 같이 하며 정보도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물리적인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그들 간의 상호관계에 기인한다.
따라서 도시재생은 도시쇠퇴의 과정을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장기적이고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이 다르고 쇠퇴의 원인과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그 어떤 전문가도 복잡 다양한 지역 현안들을 지역주민보다 잘 알 수는 없다. 주민들의 정주환경이 외부인 전문가나 행정가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추진과정에서 철저한 주민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형식적인 협의절차가 아니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이 상호 존중되고, 논의되어 조정되고 합의에 이르는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예전 어느 도시재생사업지에서, 주민들과 길가 모퉁이에 화단을 만들어 놓은 다음날, 주민 두 분이 오셔서 재개발이나 하지 무슨 도시재생이냐고 난리를 치는 통에 전날 주민들이 정성스레 만든 화단은 단 하루 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갈등은 어디에서도 존재한다. 재개발, 재건축은 수익성이 있다면 누구라도 시행할 것이다. 그 길가 모퉁이 화단 때문에 재개발을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민들 간의 소통과 적절한 협의의 과정은 소모적 정쟁을 막아주고, 지역의 자생력을 높이는 일이다. 정서적 유대감에 기초한 공동체의 역할은 도시재생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서, 지역의 자생력은 공동체의 역량이 강화될 때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공공의 지원을 통하여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하여 도시의 경관을 개선하거나 공동체 활성화를 통하여 지역에 활기를 되살려 주고자 하는 다른 의미의 도시재개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인구는 현저히 줄어들면서 노령화되어가고, 지역산업이 쇠퇴하고 1, 2인 가정이 40%에 육박하는 오늘날에는 이미 기존 전면 철거방식의 재개발 사업은 무의미하게 되었다. 내가 십 수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짧은 기간만 살다 이주하더라도 내가 사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이면 좋지 않을까? 도시재생사업은 이러한 의식의 전환에서 시작함이 바람직하다. 주민들이 나서서 주변 노약자들을 살뜰히 챙기고, 골목도 치우고, 꽃도 가꾸고, 어두운 밤길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돌아가며 방범순찰을 하는 등, 우리 지역을 위하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어가는 동안에 도시는 점차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로 변모해가는 것이다.

지역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존중하며 서로 화합하고 지역의 현안들을 해결코자 노력한다면, 같이 공감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이웃과 이어져, 무심하고 일상적인 삶의 활력이 되어 줄 것이다.
앞으로도 도시재생사업은 사람이 나이를 먹듯 자연스레, 쉼 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도시재생은 어느 특정 지역의 문제이거나 나와는 무관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활 주변에는 사소한 관심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도시재생사업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공동체의 참여의식에 의해, 외부의 지원이 없거나 중단되어도 지역의 삶을 유지 시켜주는, 지속적인 도시재생이 가능할 것이다.

※ 길경희 님은 울산시 중구 깨어나라 성곽도시 도시재생뉴딜사업 현장지원센터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