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29 15:41
[143호] 열린 주방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3,541  
열린 주방, 진지모드로 진행되다.

주제이동의 자유분방함이 진지모드로 바뀌었다. 들쑥날쑥 이야기 주제나 경계를 넘나들며 뒤섞이는 재미가 ‘열린주방’의 컨셉인데…….

울산시가 인권조례 개정에 나섰다. 인권이 가지는 특성상 고충 민원과 달리 처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지면서 새롭게 인권조례개정과 인권기구 설치 안이 제출된 것이다. 울산시의 개정 초안은 기존의 ‘인권위원회’를 ‘인권정책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상담 및 조사를 담당할 ‘인권센터’를 두는 것 등이다. 시민신문고위원회 산하가 아닌 인권담당관을 별도로 설치한다는 것은 진일보한 안이다. 하지만 인권에 대한 인식의 한계도 드러난다.
울산은 2011년 북구를 시작으로 5개 구·군과 울산시 등 모든 지자체에서 ‘인권기본조례’가 제정되었다. 전국적인 모범사례였다. 하지만 관련 전담부서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보수단체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구도 2018년 초부터 인권옴부즈만 제도가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인권전담팀까지 설치하고 있다. 부산 역시 인권전담부서가 설치되었으며, 경남도 인권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인권 행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울산시의 경우 2019년 1월에 이르러서야 시민소통협력과에 ‘인권공동체’팀이 설치되어 1명의 전담을 두었다. 그리고 2020년 상반기 시민신문고위원회에 인권업무 담당자를 지정하고 업무를 이관하였다. 하지만 인권업무 담당자의 업무편람을 확인해보면 인권전담부서로서의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권정책 개발과 시행, 인권기본계획의 시행과 점검, 인권교육 시행, 인권위원회 운영 등 인권 거버넌스 구축 등 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인권전담부서의 고유사업이 명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에서는 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속 가능한 인권 행정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인권위원회’의 위상과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인권위원회는 지자체와 인권옹호자 및 인권전문가로 구성된 거버넌스다. 인권위원회의 권한은 심의?자문기구라는 것은 같으나 세부 내용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인권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심의?자문, 연도별 시행계획에 대한 심의?자문, 지역 인권실천과제의 발굴, 인권정책에 대한 자문, 인권센터 및 인권옴부즈맨 등 인권조직과 기구의 운영에 대한 자문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행정기관에 대해 독립적 위상과 기능, 역할이 보장되어야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속 가능한 인권 행정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기본조례와 인권전담기구의 설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인권조례가 있다고 해서 즉각 인권이 보장되고 증진되는 것은 아니며, 인권센터가 있다고 해서 인권침해 조사 및 권리구제가 실효적인 것도 아니다. 결국은 제도를 작동시키는 지역의 인권역량이 중요하다. ‘인권도시’도 사람이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