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0-30 16:06
[142호] 여는 글 - 대우버스 노동자들을 지켜주세요.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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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버스 노동자들을 지켜주세요.

이선이


지난 10월 4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지요. 그 날 대우버스 울산공장의 정규직 노동자 355명이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박재우 등 355명. 참으로 무겁고, 절박한 사건입니다.
대우버스(정확히는 ‘자일대우상용차’)는 대우자동차가 부도가 나면서 버스사업부문만 따로 떼어서 만든 회사입니다. 영안모자 그룹이 2002년에 인수해서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인수자금으로 564억 원이 들었는데, 인수 후에 공장 자산을 1,171억 원에 매각하면서 607억 원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그 후 2019년까지 18년 동안 누적 영업이익이 약 360억 원, 누적 당기순이익이 약 577억 원입니다. 아주 우량한 기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또 아주 어려운 기업도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19가 국내외 경제를 초토화시켰던 올해 1~3월, 대우버스의 판매실적은 오히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했습니다. 동종 버스업계 평균 생산량이 3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실적이었습니다. 고객사 수요를 반영해서 연간 판매목표를 2,200대로 10% 상향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3월 30일, 갑자기 모든 상황이 돌변하였습니다. 백성학 회장이 울산공장을 찾아와 “12월 31일부로 울산공장을 폐쇄하겠다. 앞으로는 베트남 공장을 주력공장으로 키우겠다.”고 폭탄선언을 하였습니다. 그 후 사실상 내수 영업이 중단되었습니다. 영업사원들이 기존의 고객사들을 찾아다니면서 기존 주문을 베트남 생산차량으로 변경해달라고 설득하고, 200대가 넘는 차량에 대해서는 아예 납품 불가를 통보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울산공장을 휴업 조치하였습니다. 그런데 휴업기간 중에 법원에서 ‘노동조합 동의 없이 해외 이전을 하는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이유로, 부품반출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하였습니다.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직전, 대우버스는 울산공장 운영방안을 바꾸었습니다. 아예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물량(월 50대)만 생산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9월 말일부로 전 직원을 퇴사시키고, 150명을 재고용해서 생산을 유지하되, 인건비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 회사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정말로 9월 1일에 376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이후 희망퇴직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355명을 10월 4일부로 정리해고를 했습니다. 이 인원은 울산공장 정규직 중 95%입니다. 산재휴직, 육아휴직 중이어서 해고가 불가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실제로 회사가 울산공장에 남기기로 결정한 인원은 사무직11명, 생산직 4명에 불과합니다. 앞으로는 장난감 버스나 서류상 버스를 제조하는 것도 아닐 텐데, 울산공장을 계속 가동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가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리해고를 해버린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식의 정리해고를 처음 봅니다. 회사가 노동조합에 울산공장 운영방안을 제시할 때도, 심지어 9월 1일에 해고예고통보를 하고 나서도 “설마, 철회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리해고란 ‘회사가 살기 위해 노동자를 자르는’ 것입니다. 경영 상황에 따라 잉여인원의 규모를 판단하고, 그만큼을 해고 하는 것이 정리해고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적어도 정리해고의 여러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즉 ‘합리적 인원감축의 필요성’이 인정됩니다. 그런데 대우버스는 오히려 이번 정리해고 때문에 버스 생산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합리적 인원감축’이 되겠습니까? 어느 언론사에서 표현했듯 ‘자해경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우버스가 이런 정리해고를 한 것은 아주 심오한 뜻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냥 애초에 백성학 회장이 그렸던 ‘빅 피처’를 묵묵히 실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직원을 퇴사시킨 후에 더 싼 임금을 받는 노동자 150명만 재고용하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고, 이번 정리해고로 그 첫 단계를 실행한 것입니다. 설마 진짜로 이렇게 할까 싶었는데, 진짜로 이렇게 한 것입니다.

정리해고의 요건 중에 ‘해고회피노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해고를 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신규채용 중단, 순환휴직, 연월차휴가 소진 등)을 먼저 해보고 그래도 안 될 때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생계를 박탈당하는 것이 정리해고이니, ‘최후의 수단’으로만 정리해고를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우버스의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최초의 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전부 잘라놓고, 그중에서 임금삭감을 받아들이는 사람만 골라서 재고용을 하겠다는 것이니, 무슨 이런 막장 정리해고가 있나 싶습니다.

인권연대 회원여러분, 대우버스를 기억해주세요. 대우버스 백성학 회장이 얼마나 어이없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했는지 기억해주세요. 해고자가 355명이니, 그 가족까지 합하면 무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지금 얼마나 불안하고, 화나고, 막막할지 생각해주세요. 대우버스 노동자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들의 투쟁을 지지해주세요.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우버스 노동자들을 지켜주세요.


※ 이선이 님은 민주노총법률원 울산사무소 공인노무사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 부설 인권교육센터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