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30 09:39
[138호] 시선 하나 -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맥스터) 추가건설 찬반 울산북구주민투표’ 활동후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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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맥스터) 추가건설 찬반 울산북구주민투표’ 활동후기

김영해


웬만큼은 들어서 아시겠지만, 그래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정확한 활동 취지를 설명하자면, 월성핵발전소는 중수로형으로 효율은 낮은 반면 사용 후 핵폐기물이 다른 원전에 비해 4.5배 더 많이 배출됩니다. 사용 후 핵폐기물은 아직까지 최종처분장이 없어 임시저장시설에 의존하고 있는데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저장시설인 셈입니다. 양산단층위의 월성원전은 지진에 매우 취약하여 아주 위험합니다.

산업부가 진행 중인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는 월성핵발전소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울산시청 반경 30km 이내에 전국 사용 후 핵연료 발생의 70%가 쌓여있습니다. 산업부가 추진 중인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공론화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 국민과 소통을 통한 제대로 된 공론화를 거쳐야 함에도 울산시민조차 배제한 채 진행했습니다. 이에 울산 북구 주민(11,483명)들이 지난 2월 19일 산업부에 ‘고준위핵폐기물 월성임시저장소 추가건설 찬반 울산북구 주민투표 청원서’를 제출하고 산업부가 울산주민투표를 진행하도록 요구하며 3월 24일 ‘월성 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를 발족하였습니다. 그러나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끝내 산업부는 울산북구 주민투표 실시를 거부했습니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20km이내에 포함된 울산 북구 인구는 약 21만 8천명, 반경 30km 이내의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에는 울산시민 102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실정으로 핵발전소 소재 지역뿐 아니라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 모두가 당사자임을 알리고 울산시민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북구 주민이 직접 투표를 진행하여 북구 주민과 울산시민의 힘으로 월성 핵쓰레기장 추가 건설을 막아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4월 말부터 북구 주민대상으로 집중 선전전과 주민투표 동의 서명 받기를 진행하고, 5월 28일~29일 양일간 사업장(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울산지부 소속지회 사업장 내) 사전투표를 진행, 6월 1일~2일간 온라인투표(주민투표 동의에 사전 서명하신 분), 6월 5일~6일간 본 투표(사전투표와 온라인투표를 하지 않은 만18세 이상 울산 북구주민)를 실시하게 된 것입니다.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는 6월 5일(금)과 6일(토) 오전6시부터 오후8시까지 양일간에 걸쳐 본 투표 진행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한 투표소당 핵심관리원 1인과 핵심사무원 1인이 필수로 구성되어 투표소를 운영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해야 해서 이를 위한 사전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투표권자로 투표에 참여만 해봤지 운영하고 총괄하는 입장에서의 관점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하고 작은 실수로 투표소 존폐를 좌우하기에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고, 준비위원회의 수고와 역할에 존경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총34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되었는데, 투표소당 적게는 8명. 많게는 12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습니다. 울산지역 활동가, 단체, 시민뿐만 아니라 부산, 서울 등의 단체들도 자원봉사로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저희가 담당한 효문3투표소에는 서울의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했습니다. 울산인권운동연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조직이라 활동력, 운영, 조직체계 등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잠시 부러워하면서 울산인권운동연대도 좀 더 많은 활동가를 양성하고 그런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표참여자수 50,479명 중 추가 건설 찬성 2,203명, 추가 건설 반대 47,829명, 무효 447명으로 총투표참여자는 유권자의 28.82%였으며, 유효투표 수의 94.8%가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것으로 개표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주민투표법상 법적효율이 발생하려면 유권자의 30%(북구 주민 6만 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에 못 미쳐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경북 영덕의 경우 주민투표가 30%에 못 미쳤음에도 핵폐기장 건설을 막아낸 사례가 있기에 정부가 주민투표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월성 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의 입장입니다.

‘월성 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는 6월 11일 투표결과를 가지고 청와대 앞에서 주민의 뜻을 전달하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6월 26일에는 북구주민들께 투표결과를 알리고 함께하자는 주민투표대회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또 전국적으로 3,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로 치러진 ‘월성 원전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 울산북구 주민투표’를 통해 연대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투표소 난동 등 많은 사건이 있었음에도 무사히 잘 치러져서 감사하고 뿌듯하며 활동가로서 다시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울산시민의 안전,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 단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모아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동참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 김영해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