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1-01 17:58
[130호] 특집 - 울산교육연대 두 번째 토론회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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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교육청 인권교육 현황과 과제

박영철



울산광역시 교육청은 노옥희 교육감 취임과 함께 공약실천과제의 일환으로 인권교육 계획을 수립했다. <정책방향 2. 학교자치로 꽃피는 혁신교육>의 내용 중 <2-6. 평등한 세상을 위한 인권교육>이 그것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한 인권교육>은 교육과정 내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인권교육 프로그램 보급 및 찾아가는 인권교육 기회를 확대를 목표로 ①인권교육프로그램 보급 ②찾아가는 인권교육 지원 ③인권교육 강사단 육성 ④인권교육 역량강화 연수를 세부사업으로 계획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2022년까지 1억2천5백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1. 인권교육 추진현황

울산교육청 담당부서에서 제출한 2019년 6월까지의 자료를 살펴보면
첫째, 인권교육 프로그램 보급은 하반기에 1회 추진
둘째, 찾아가는 인권교육은 2018년 37회, 2019 전 학교 실시 (상반기 18개교)
셋째, 인권교육 강사단 육성은 하반기 20명을 배출
넷째, 인권교육 역량강화 연수는 2018년 2회, 2019년 3회를 실시하여 이행율을 높였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찾아가는 인권교육과 인권교육 역량강화 연수는 이미 목표치에 도달했으며, 인권교육프로그램 보급과 강사단 육성은 실적은 없지만 하반기 배출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찾아가는 인권교육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와 함께 추진하고 있으나 결과는 매우 미약하다. 목표대로 전 학교를 대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인권교육 강사단 육성을 통해 인권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의도는 매우 의미 있으나 강사단 양성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강사단의 강의내용에 대한 점검 및 시행 모니터링 등 특별한 준비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지역의 인권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인권교육의 기본적 특성을 감안할 때 이는 간과해서는 안 될 과정이다.

2. 타 광역시 교육청 인권교육 추진 현황 및 시사점

인권교육을 추진하기 위해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인권교육의 실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인권교육이 단체장의 선의에 기댄 정책으로 집행될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후퇴할 수 있기에 가능한 관련 제도가 밑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17개 시?도교육청의 사례를 살펴보면 위(상단 표)와 같다.

표에서 보듯이 인권교육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장치로는 조례 등 법적기반과 함께 각종 기본계획 등의 내부지침과 기관장의 방침을 두고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조례 등 법적기반을 살펴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4곳(서울, 경기, 전북, 광주)이며, 학교민주시민교육조례는 11곳(강원, 서울, 충남, 충북, 광주, 전남, 전북, 경기, 인천, 경북, 부산), 청소년노동인권교육조례 9곳(강원, 경기, 광주, 대전, 부산, 서울, 세종, 전남, 충북)이다.
정리하면 인권교육의 법적기반이 되는 3개 조례 중 하나의 조례도 제정되지 않는 곳은 17개 시 ?도 교육청중에서 대구, 울산, 경남, 제주교육청 4곳뿐이다.

인권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있는 서울(9명), 광주(4명), 전북(8명), 경기(7명)는 인권업무지원이 활발하게 되고 있는 반면 대구(1명), 경북(2명), 울산(1명)은 매우 취약하다. 특히 이들은 인권업무만을 전담하지 않고 다른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 시사점 ]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17개 시?도 교육청과 비교하면 울산교육청이 법?제도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다. 관련 조례의 제정은 물론 담당부서조차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인권교육 예산은 대단히 인색하다. 예컨대 ‘찾아가는 인권교육’의 경우 면 울산교육청은 학교별로 100,000원 편성(학교자체)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활용하여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인권교육을 실행할 수 없다. 자체 강사조차 양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10만원을 투여해서 한다는 교육은 어떤 교육일지 궁금할 뿐이다. 인권친화적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전제되어야할 인권교육이 이렇게 소홀히 다뤄진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울산교육청이 인권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제도의 도입과 함께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하며, 현실적인 인권예산을 책정해야한다.
전담부서와 제도, 예산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은 절대로 집행되지 않는다.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3. 인권교육 추진과제

① 관련 제도의 정비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인권교육을 위해서는 관련제도의 정비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관련제도는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한 학교민주시민교육조례, 청소년노동인권교육조례다. 혐오세력에 의해서 많은 도전이 있겠지만 시도를 멈춰서는 안 된다.
인권에 대한 명확하고도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타협 없이 나설 것을 요구한다.
‘차별금지법을 총선 전 거론치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발언과 같아서는 안 된다. 인권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지향하고 지지하는 것은 민주시민을 양성해야할 교육의 목표이자 근본 원리다.

다음으로 전담부서가 시급히 신설되어야 한다.
전담부서는 대부분의 교육청 사례에서 보듯이 <민주시민교육과>가 적절해 보인다. 현재 학생생활교육과와 창의인성교육과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인권관련 업무를 하나로 묶어 종합적인 인권정책을 추진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
학교민주시민교육의 목표인 ‘학교민주주의의 기반구축’, ‘민주적 학교문화 실현’, ‘민주시민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인권교육이 반영되어야 한다. 학교안의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민주시민교육도 인권교육도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② 지역사회와의 협치강화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우리사회가 지향해야할 합리적이자 보편적인 기준과 가치를 형성시켜가는 것으로 인권이 가지는 보편성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봉쇄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온전한 민주시민교육이 가능할 수 없듯이 인권교육 역시 준법교육을 넘어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기준을 중심으로 체계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현재의 준비정도를 통해 단기간에 전면적인 학교인권교육의 시행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지역사회 인권자원과 민주시민자원과의 협력은 필수적인 과정이 되어야 한다. 현재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울산인권교육플렛폼’, ‘울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울산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준)’ 등 지역사회 자원과 무엇을 통해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등의 추진 협의를 위한 민관협의체 등을 구성하여 효과적인 교육의 준비와 실행, 교육의 내용과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 등 관련논의가 다양한 영역에서 시작되길 기대한다. 부산교육청의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추진 사례와 같이 민관의 협의를 통해 열악한 지역자원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③ 남은 2년 반, 교육청의 단호한 대처, 새로운 비전 제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의 슬로건처럼 그 어떤 학생도 학교에서 차별 없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적과 경쟁에서 뒤떨어진 아이들, 소수자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아이들에 대한 혐오가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와 문화가 되지 않도록 울산교육청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인권에 반하는 어떠한 주장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을 보여줄 때 비로소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을 지켜낼 수 있다.

※ 이 글은 지난 10월 4일 ‘교육공공성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가 주최한 <진보교육감 1년, 개혁과제 점검 및 제언> 토론회 발표문을 요약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