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8-27 14:14
[128호] 인권포커스 - 일제 강점기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의 경제도발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539  
일제 강점기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의 경제도발

윤경일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인 신일철주금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1억 원씩을 지급해야한다고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사실 13년 만에 확정된 것인데, 1941년부터 2년간 신일본제철소에 강제동원된 피해자 4명(이중 생존자는 이춘식 할아버지(95)뿐이다)이 2005년 2월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당시의 1·2심에서는 패소하였다. 그러나 2012년 5월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고, 2심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일본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위자료 금액을 1억 원으로 결정했었다. 이에 대해 신일철주금이 불복하여 다시 상고하였고, 재판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와 상고법원 설치 관련 재판거래를 위해 고의로 판결을 지연시킨 정황이 밝혀지면서 2018년 7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위와 같은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는가’인데,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징용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으로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실 ‘신일철주금 사건’보다 앞선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미쓰비시 중공업 사건’이다. 1995년 박창환 씨 등은 일본 히로시마 지방재판소에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밀린 임금과 불법징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해 1999년 패소판결을 받고 히로시마 고등재판소에 항소하면서 2000년 부산지방법원에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쪽의 소송은 2007년 11월 1일 일본 최고재판소(우리나라 대법원 격)에서 패소가 확정되었는데, 일본법원은 “박씨 등이 징용된 것은 합법적인 국민징용령에 기초해 이루어졌기에 위법이 아니며, 미쓰비시가 일을 시키면서 일부 불법행위가 이루어졌고 지급하지 않은 임금이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러 배상을 청구할 시효가 소멸되었으며, 결정적으로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정부와 개인 사이의 모든 채권·채무 관계가 사라졌다”고 하였다.

앞서 제기한 한국에서의 소송도 2007년 지방법원, 2009년 고등법원에서 각각 패소하였으나, 국내 소송 12년 만인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는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낸 소송을 일본법원이 기각한 것은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전제 아래 내린 판결로, 이는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본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일본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한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해서도 “청구권 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조약(1951년)에 근거해 두 나라 사이의 재정, 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청구권의 소멸에 관하여 양국 정부 간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없으며, 국가는 별개로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한다”고 지적하였는데, 이 판결은 ‘2012년 올해의 판결’이 되었다. 이후 2심은 2013년 7월 미쓰비시 중공업은 징용피해자들에게 8천만 원 씩을 지급하라고 일부승소 판결하였다.

그런데 민사사건인 이 사건들이 반도체 핵심 3소재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경제도발, 외교 문제로 불거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에 대한 일본의 반발 때문이다(물론 일본은 안보상의 문제로 수출규제를 한다고 내세우지만). 2015년 12월 28일 국민을 분노케 한 굴욕적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이후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 TF’를 통해 소녀상 관련 이면합의가 있었음으로 밝히고,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의 동의 없는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하였다.

이에 대해 일본 아베정부는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하였고, 징용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을 통해 이를 더 굳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판단 외에도 WTO 후쿠시마수산물 수입금지 분쟁에서 패배하면서 아베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일본의 부흥, 재건이라는 핵심정책이 틀어지기 시작했고, 2020년 올림픽을 기회로 전후체제의 탈피를 통해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강한 일본, 새로운 일본에 한국이 역사문제로 제동을 거는 것으로 판단하고, 한국이 더 발전하기 전에 타격을 주기 위한 ‘한국 때리기’ 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앞서의 판결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국가는 별개로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하기에 위안부 할머니들이 동의하지 않은 위안부 합의는 그 흠결이 중대하여 전면 재검토가 당연하며,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후안무치를 중단하여야 한다. 삼권분립의 민주국가에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처럼 대책을 내놓으라는 억지를 쓰는 일본은 징용 등의 손해배상의 문제가 법리적으로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추후에 이러한 소송으로 막대한 배상을 해야 됨과 동시에 북한과의 국교수립 시 천문학적인 배상에 처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리라.

현재 벌어지는 일본의 생떼에 대한 차분한 정부의 대응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민간의 NO JAPAN(반일, 반아베, 불매, 일본여행 중단) 운동이 성공한다면 충분한 타격을 줄 것이다. 사족으로 나중의 한일관계를 위해서라도 제발 중앙정치나 지방정부에서 반일한다고 나서는 자충수를 두지 말기를 바란다.


※ 윤경일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