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8-27 14:01
[128호] 시선 하나 -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재벌 독식 구조, 사회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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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재벌 독식 구조, 사회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다.

이창규


#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 제대로 보기
-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임금 격차 해소에 기여했다.


1~4인 소규모 사업장의 최근 3년(2017~2019년) 1~4월 월평균 임금총액 누적 증가율은 17.6%로 나타나 같은 기간 전체 평균 14.3%보다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최저임금이 2018년 16.4% 인상, 2019년 10.9% 인상)
또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9년 상반기 노동시장의 특징'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총액은 580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1~4월)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15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증가했다.결국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소규모 사업장 임금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었다.

- 구체적 근거도 없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최저임금법 제4조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에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 4가지를 고려해서 정해야 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최저임금 결정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을 개정하면서도 최저임금법에 따라 구체적 근거를 가지고 추진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정치논리, 시장논리를 중심으로 정략적으로 접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라는 추상적인 구호만 내건 체 재벌 독식의 한국경제구조, 양극화된 고용구조, 심각한 사회 양극화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우왕좌왕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 자영업자의 어려움과 몰락의 원인 최저임금인상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취업자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OECD국가 평균보다 2배 되는 25%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화 되는 양극화 속에서 불안정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이들 중 그나마 일정 이상의 자본을 갖춘 이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선택한 후 경기침체 소비위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한경쟁에 내몰리면서 몰락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로부터 온 것이다. 따라서 자영업자가 2002년 말부터 15년 넘게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원인을 건물임대료 상승이라고 제기하듯이 자영업이나 영세상인들의 문제는 사회정책이나 사실 보완적인 경제정책으로 풀어야 할 것인데 자꾸 이걸 최저임금 때문으로 공격하고 몰고 가는 것은 실제로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려고 하는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 최저임금인상 때문에 고용 참사가 일어났다는 거짓말
최저임금 때문에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 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 된 것은 맞다. 2013년 11월을 정점으로 취업자 증가세는 꾸준히 둔화 되어 왔다. 하지만 인구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내수침체, 골목상권 붕괴 등에 따른 장기추세를 반영하는 것일 뿐 최저임금과 관계없다. 또한 국내 언론은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 참사'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다 보니 취업자가 줄어든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취업자는 10만 명 늘었고, 올 5월엔 26만 명 늘었다. 지난해 고용률(15~64세)은 66.6%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고용 참사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고용문제를 따지려면 재벌 독식체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올바르다.

#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줬다 뺏는 정책으로 혼란을 자초했다.

지난 7월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 최저임금을 8590원 전년 대비 2.87% 인상률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률 2.87%는 경제성장률에 물가인상률을 더한 임금동결 수준인 3.6%에도 못 미치며, 여기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삭감 여파까지 더하면 2020년 최저임금은 인상이 아니라 삭감된 것이라는 점을 따져봐야 한다.
또한 2019년 임금인상 전망치 4.1%로 예상되고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인상액은 138,420원으로 최소한 임금 격차를 현재와 유지 시키거나 또는 줄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월 138,420원(시급 662원) 이상 인상돼야 했다. 결국 2020년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소득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격차가 늘어나는 결정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1만 원’이 주장하는 사회 양극화 해소와 장시간 노동 해결이라는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고용불안과 경영난의 원인이라는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 판쳤고 정부는 경제 상황이나 기업 지불 능력 등 추상적인 평가 기준을 들이밀며 거들었으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속도조절론과 함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 최저임금이 삭감되는 최저임금법 개악까지 밀어붙였다.
어디 이뿐인가? 정부와 민주당 내에서는 최저임금 결정 다음날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까지 나왔으며, 더 나아가 최저임금제와 탄력 근로제를 개악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와 여당은 저임금?장시간 노동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줬다 뺏는 정책’으로 500만에 달하는 최저임금대상 노동자들에게 배신감과 상실감만 안겨주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한국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과 의지가 과연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 IMF경제위기 이후 심각한 소득 양극화 사회 양극화로 앓고 있는 한국사회
최저임금 1만 원은 소득 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위한 요구이자 수단
- 비정규 저임금노동 확산, 자영업자의 기형적 확대


IMF경제위기 이후 대기업과 정부가 가장 손쉽게 이윤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저임금 노동 착취를 전면화하면서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확산되었다. 또한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한국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25%로 주요국들의 두 배가 되는 기형적인 일자리 구조가 이루어졌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시장과 서비스 자영업 시장에서 벌어지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을들의 아우성', ‘을들의 전쟁’을 종식 시키고 저임금과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책임은 지금의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낸 정부와 대기업(재벌)이 져야 한다. ?

- 재벌 독식구조의 한국 경제, 고용 없는 성장
국민소득 중 가계(노동) 기업 정부 분배율은 1990년에 70:17:13에서 2014년에는 62:25:13으로 15년 동안 가계는 분배율이 8%나 줄었고 기업은 8%가 늘어나 기업으로 국민소득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가계(노동) 분배율 OECD 평균인 70%로 상향시키려면 매년 기업이 가져가는 돈에서 160조 원을 가계(노동)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의 전체 사내유보금은 2019년 초 기준으로 1500조이며,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총액은 950조에 달한다. 재벌과 대기업이 쌓아놓은 기업유보금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시키는데 투자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결국 노동의 분배 몫을 높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임금 차별을 해소해야 하며, 재벌과 대기업의 곳간을 열어 기업유보금을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늘려야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 극심한 소득 양극화 사회 양극화
상위소득 10%를 하위소득 10%로 나눈 10분위 배율은 OECD가 소득 불평등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데 배율이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지표 중 10분위 배율은 2017년 5.79배에 달한다. 이 지표의 OECD 회원국 평균은 4.3배로 한국은 36개국 중 32위다. 2018년의 경우 하위 60% 구성원이 국민총소득의 20%도 가져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상대적 빈곤율은 2017년 기준 우리나라가 17.4%로 OECD 35개 회원국 중에 3번째로 높다. 특히 한국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6년 기준 45.7%로 OECD국가 중 꼴지다.

사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어도 1인 가구 생계비(1인 가구 212만원) 80% 수준이어서 최저임금 1만 원으로도 사회양극화 소득 양극화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그러함에도 사회적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이 확산 되고,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이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한 것은 소득 격차 해소를 통해 한국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첫 걸음을 띄자는 국민들의 요구였으며, 최저임금인상이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유효한 정책적 수단의 하나라는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것이었다.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소득 양극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이 생활임금(1인 가구 생계비)에 접근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한국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어 경제민주화 공정경제가 이루어져 빈곤과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다양한 정책과 수단을 종합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 이창규 님은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