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7-30 08:26
[127호] 시선 둘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조사관은 말한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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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조사관은 말한다"

최성호



편집위에서 연락이 왔다. 언젠가 한번은 연락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편집위원인 나로서는 소식지의 한 부분을 채울 의무? 라고 할까. 소식지 원고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2019년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나버렸다. 참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올해는 서울 생활을 좀 하게 되었다. 1월 15일부터 시작이다.
익히 아시는 분도 있을 테지만 군 사망사고와 관련해서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해 9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되어 군대에서 발생한 억울한 사망사고를 대상으로 유가족과 목격자 등의 진정을 받아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로 진실을 규명하는 업무를 주로 한다.
나는 여기 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육군, 공군, 해군 등 모든 군의 사망사고를 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나는 육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담당하는 조사관이 되었다. 군복무는 공군(헌병장교)에서 했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맥락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006~2009년)가 있었으나, 창군 이래 모든 사망사고(1948년 11월30일부터 2018년 9월13일까지 발생한 모든 사망사고)를 다룬다는 점과 의문사에 국한하지 않고, 사고사? 병사? 자해사망(자살)등 군대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유형의 사망사고를 다룬다는 점에서 조사 범위가 더욱더 넓어졌다.

우리 주변에도 이와 같은 억울하고 가슴 아파하는 분이 있을까 해서 소식지를 통해 저희 위원회 홍보를 잠시 할까 한다.

위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창군이래 모든 사망사고로써 약 70년 동안 긴 시간을 조사 범위에 두고 있다. 내 나이보다 긴 엄청난 시간 동안의 사망사고지만 반드시 이번에야말로 한 점 의혹 없이 해소되어야 한다.
위원회를 통한 절차는 간단하다. 진정을 원하시는 유족 등은 위원회 홈페이지(www.truth2018.kr)에서 신청서식을 내려받아 작성하신 후 위원회 주소(서울 중구 소공로 70, 포스트타워 14층)로 우편 또는 방문을 하거나, 이메일(trurh2018@korea.kr), 팩스 (02-6124-7539)등 편한 방법으로 제출하면 된다.
신청서 작성이 어려울 경우 구술로도 가능하다. 아울러, 자세한 상담을 원할 경우 위원회 대표전화 (02-6124-7531, 7532)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이번 조사는 군대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인 만큼 군에 소속된 군인 등 관련 조사관은 배제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검찰과 경찰, 민간(별정직 공무원)에서 채용한 조사관으로 구성되어 인권증진 측면에서 변화와 혁신이 있었다.

한편, 2014년 관련법 개정으로 군 복무 중 구타? 가혹행위? 업무과중 등 부대적인 요인으로 자해 사망한 경우에도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순직’ 결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서 사망원인을 규명하는 위원회의 활동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위원회 활동기간이 특별법에 따라 3년(2018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한시적이다), 진정서 접수는 조사 기간(1년)을 감안해 2년간(2020년 9월까지) 받는다.

주변에 널리 알려 이러한 억울함이 없기를 기대한다.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지며,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어떠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한 그들을 사랑하는 가족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려 주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것은 마땅하다.

변화되는 국민의 인권의식에도 불구하고 군인권침해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나는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이다.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조사관은 유가족의 또 다른 제3의 가족이라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조사관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죽은 자를 맞이한다. 오래된 기록 속에서…….


※ 최성호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