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20 15:00
[52호] 인권포커스 - 봄은 우리를 기다린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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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우리를 기다린다


최민식 l 상임대표


올 거울은 유난히 춥습니다.
울산의 이런 겨울은 30년 넘게 경험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오늘은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 천의봉씨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송전철탑 고공 농성을 한지 103일이 되는 날입니다. 전국에서 이들 농성 100일을 기념(?)해서 수천 명이 희망버스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현대자동차 정문에서 철탑농성장까지 거리행진도 했습니다. 울분도 토하고 노래도 하고, 늦은 밤까지 찬바람 맞으며 한판 대동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울에서 온 희망버스 최고령 탑승객 78세 최종대씨는 직접 적어온 편지를 읽어주면서 "이 추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싸우는 두 사람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9,234개 공정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습니다. 2005년 비정규직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최병승은 막강 현대차를 상대로 법적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7년이란 긴 세월, 지리한 소송 끝에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았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사내하청 업체 해고는 무효이고 부당해고이므로 이미 정규직이다'고 했습니다. 현행법으로 분명하고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일 년이 다된 지금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은 변한 게 없습니다.

법이 약자들에게 멀고 약하기만 한 것이라지만 이건 아닙니다. 아니라도 너무 아닙니다.
“불법(철탑농성)이란 걸 알면서 불법(집행방해)을 저지르고 그것을 불법(폭력)으로 막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농성장 철거에 참여한 한 법집행요원이 지역신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주장이며 보수언론의 논리입니다. 그 말대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집행관 표시도 없고 신원 확인을 거부하며 비디오 녹화를 하는 것은 민사집행법과 집행관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고등학생들을 용역으로 참여시켜 비난을 산바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강도를 당한 사람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며 도망가는 강도를 쫓아가니, 강도는 안 잡고 도로교통법위반 행위로 피해자를 붙드는 꼴입니다. “신호등같이 사소한 법도 안 지키면서 무슨 강도 타령이냐” 윽박지르는 형세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총리로 지명된 김용준씨는 국민을 향한 첫 마디가 ‘법과 원칙’이었습니다. 판사와 현법재판소 소장 출신다운 일갈이지만 드러나는 의혹들을 보면 ‘법과 원칙’은 그들만이 룰이 따로 있는 듯합니다.
이동흡 현법재판소 소장 지명자의 드러난 의혹들과 이를 대하는 대통령과 정치권을 봐도,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자동차를 봐도, 원인 제공자인 현대자동차의 가처분을 인용하는 법원을 봐도, 대법원 판결을 지켜 달라는 고공 농성하는 저들을 봐도,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지 모두에게 평등하게 작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법이 본질 인 것 같습니다.

날씨 덕으로 기온이 떨어져 추운 것은 몸을 보온해 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추운 것은 마음을 녹여 줄 자비의 온기가 필요합니다. 그 온기는 자애롭고 애틋함이 충만한 사랑, 신뢰와 믿음, 연대와 응원으로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