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2-28 18:11
[110호] 편집후기
 글쓴이 : 사무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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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을 준비하자

편집위원



“와~! 생각 외던 데요~!”
아이가 만나자마자 꺼내든 말이다.
공항버스를 탔는데 좌석이 거의 다 채워졌단다.
‘설이라 역시 고향 가는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했는데……. 국제선 정류장에 도착하니 우르르…….
대부분이 내리고 남은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더란다.
몇 년 전만 해도 설 연휴에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뉴스를 보면서 ‘조상들 모시지도 않고……. ??’ 혀를 차는 어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는데…….
올해는 혀를 차는 어르신들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내 어릴 적엔 삼년상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 3년간 방 한쪽에 상을 모셔놓고, 매월 초하루 아침에 ‘삭망’이라는 차례를 지내고, 1년 뒤에 ‘소상’, 그리고 3년 뒤에 ‘대상’을 치른 후 철상을 했다. 우리는 자연스레 차례가 지나면 ‘상 있는 집이 어디지?’라며 정보를 공유한 뒤, 상이 있는 집부터 들린 후 세배를 다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삭망’은 사라지고, 20여 년 전엔 일년상으로 정리된 분위기였다. 그리고 지금은 일년상도 없다. 대부분 사십구재 정도로 망인에 대한 장례는 마무리되는 듯하다.

조부모님 제사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70을 훌쩍 넘긴 삼촌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정리하자는 분들과 아직은 안 된다는 분들이 서로의 주장을 펴다가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삼촌들 처지에선 부모상인데 조금 이르지 않은가 했더니 옆에 있던 사촌은 ‘제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자기는 아내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누가 먼저 죽더라도 배우자의 제사를 지내지 말자고…….

아들이 공항에서 느꼈던 문화충격이 시나브로 내 곁을 떠나버린 모습들과 마주하게 한다. 어느 순간 빠르게 내 앞에 마주하고선 떠날 준비를 하는 익숙한 것들. 그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두렵지만…….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모 문화계 인사와 같이 ‘관행이었다.’라는 말로 변명하려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