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30 16:37
[109호] 시선 둘 - 50代를 마무리하면서 드리는 참회의 글
 글쓴이 : 사무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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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代를 마무리하면서 드리는 참회의 글

이승웅



우물쭈물하다보니 60이다.
돌이켜 보니 뭐 어떤 이처럼 훌륭한 사람은 못되더라도
세상에 태어나 몹쓸 이는 되지 않아야 할 터인데

못내 아쉬움만이 남는다.
이내 몸뚱이를 돌아보니 내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모두가 빚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이에게 빚을 지고 살고 있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길거리에서 혹은 어두운 지하실에서 피 흘리고 고문당하고 하여 쟁취한 자유와 민주를 그 열매를 나는 대가 없이 누리고 있지 않은가?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들고 앉아 있는 것이다.
남이 고생하여 닦아놓은 길을 나는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다

맛에 집착하여 무수한 생명을 직간접으로 살생하였고
그 가죽과 털로 내 몸을 따습게 하고 보호했거늘
그러고도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으니 그 무지 또한 끝이 없다

모든 괴로움은 안으로부터 생성됨을 모르고 오직 상대 탓 남 탓으로 일관했으니
그 무지함 또한 한량이 없다

이 몸의 세포 하나하나는 남의 살과 몸을 먹어 이루어져 있으니 내 것이 아닌 것이다.
모두가 남의 것이다
다만 이것이 내 것 인양 착각하고
끝없이 끝없이 집착하여 긁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남의 것을 말이다

몇 푼의 푼돈으로 인권을 유린해왔으며 세치의 혀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입맛에 집착하여 무수한 동물을 직간접으로 죽여 왔으며
권모술수로 사기 쳐 내 배를 불려왔으며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들고 앉았으니
그 뻔뻔함은 과히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 것인 것이다

바라옵건대 다가오는 60대는
내 것 아닌 것을 돌려주는 삶
배려하는 삶 베푸는 삶을 살게 되기를 염원해봅니다

지난 59년의 삶을 참회하면서....


※ 이승웅 님은 세무사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