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9-01 13:10
[104호] 특별기획 -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묻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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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한국사회가
안전사회로 가는 첫 출발선

용석록

천둥소리가 지진 전조음으로 들리는 불안감, 지난해 5.8 지진 이후 여진 632회 발생


지난해 9월 12일 규모 5.8 지진을 경험했던 기억은 공포 그 자체다. 당시 2층 건물에 있다가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밖으로 뛰쳐나갔다. 시내 곳곳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우왕좌왕했다. 여진이 발생할까 싶어서 한 시간 가까이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식당에 들어갔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몇 숟가락 뜨던 중에 다시 땅이 흔들렸다.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밥숟가락을 놓고 모두 밖으로 뛰쳐나갔다. 길거리에는 소방차가 오갔고, 주민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밖에 대피해 있어야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 이후 3.0 이상의 지진이 몇 차례 더 있었고, 9월 20일에는 규모 4.5 지진이 있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울산시민들이 피난배낭을 싸서 현관문 앞에 놔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신문기사에 실릴 정도였으니 그 공포가 얼마나 컸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기상청이 공개한 9.12 경주지진 이후 여진은 올해 8월 11일 기준 632회에 이른다.

지진대 위에 짓는 핵발전소 건설 반대, 울산인근 활성단층 62개

울산에 핵발전소 신고리 5·6호기를 지으면 안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지진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작성한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울산인근에는 양산단층, 울산단층, 일광단층 등 62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한다.

이 보고서는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이 2009년 자연재해 저감기술 개발사업 일환으로 20억 원의 정부 예산을 들여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연구용역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맡겨 나온 결과다. 연구 기간은 2009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연구진으로는 18명이 참여했다.

울산은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
방사능 막아줄 대피소 한 곳도 없고, 주민보호용 방호복과 방진마스크도 없음


울산시청 반경 30km 이내에는 핵발전소가 14기나 있다. 고리1호기는 영구정지 됐지만 아직 핵연료는 냉각되지 않은 상태이며, 사고 시 핵 위험은 상존한다. 여기에 신고리 5~6호기를 더 지으면 운영허가 직전인 신고리 4호기를 포함해 울산은 16기의 핵발전소에 둘러싸인다.

울산광역시 120만 명 인구 가운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km 안에 113만4296명(2015년 5월 기준, 울산시 자료)이 살고 있다. 하지만 방사능 누출 사고 시 방사능을 막아줄 대피소는 단 한 곳도 없다. 또 방사능 사고 시 대응요원에게 지급할 방호복만 갖췄고, 주민보호용 방호복은 구비하지 않았다. 핵발전소 최인접지역인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부터 신암-나사-간절곶-진하-남창 또는 온산읍으로 나오기까지 편도 1차선도로밖에 없다.

놀고 있는 전력 설비, 전기 부족하지 않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시간 충분

신고리 5·6호기를 짓지 말자는 주장에 대한 찬핵진영 논리는 전기요금 문제나 경제성이다. 생명과 관련된 사안을 경제성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찬핵진영 논리를 반박하자면 신고리 5·6호기를 짓지 않아도 전기는 부족하지 않다.
우리나라 전력설비 가운데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1.1%, 석탄발전 설비율 29.8%, 가스발전 설비율 32%다. 반면 가동률을 살펴보면 원자력 가동률은 97%, 가스 발전 가동률은 47%밖에 안 된다. 이는 원자력 설비를 줄여도 전력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다. 신고리 5·6호기를 짓지 않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시간은 충분한 것이다.

돈은 핵마피아가 벌고, 위험은 국민이 떠안고,
신고리 5·6호기 지으면,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등 62조원 들어가야


보수정치인과 일부 언론은 신고리 5·6호기 관련 매몰비용 2조6천억 원을 걱정한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2015년 6월에 고시한 내용을 보면, 신고리 5·6호기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만 2조7천억 원이 든다. 여기에 더해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 발표에 따르면 사고대응비용 58조원이다. 반경 30km 이내 실제 인구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손해 규모는 343조원으로 증가한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발전소 1기 폐로비용을 1조원으로 추산해 5,6호기를 폐로하려면 최소 2조원 이상이 든다.
핵발전소 건설 문제는 비용으로 접근해도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며, 만에 하나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전 국토가 방사능으로 오염되며, 울산시민 100만명을 포함한 부산과 울산, 경남 380만 명이 피난길에 올라야 한다.

매몰비용 걱정과 일자리 문제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종합공정률 가운데 실제 시공률은 9%(5월 말 기준)다. 종합공정률 28.8%(설계 79%·구매 53%·시공 9%)로 알려져 있지만 설계와 구매를 뺀 실제 시공률은 9%에 불과하다. 더구나 신고리 5,6호기는 건설허가가 나기도 전에 18.8%의 불법적인 공정률을 기록했다(2017. 8. 10. 윤종오 국회의원실 발표).

핵발전소 입지지역 주민과 대화의 장 열어야, 어업보상과 집단이주문제 등 대안 제시 필요

정부는 현재 신고리 5·6호기 관련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고, 곧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3개월 동안 공론화에 들어가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최인접지역인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을 중심으로 (사단법인)서생면주민협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리마을은 전형적인 어촌마을로 신고리 3·4호기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다. 고개만 들면 집 마당에서도 핵발전소 돔이 훤히 보인다. 주민들 주장은 “우리는 신고리 5,6호기 짓지 않아도 어차피 3,4호기 때문에 위험 속에 살고 있다. 5,6호기 짓더라도 이사만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만난 사람 가운데 열 명 중 아홉 명도 아니고, 동네 이장을 포함한 모든 주민이 “핵발전소는 위험하며, 반대하지만 이사를 가기위해 건설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최근 건설 중단 문제가 대두되기 이전 상황이다.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그 당사자 지역과 최인접지역 주민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며, 부동산 거래나 지가에도 영향을 받는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는 해양 환경을 바꿔 어업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과 재산상 피해를 울산시내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에 대한 보상과 피해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 해결 방식이 핵발전소를 짓지 않으면서 나와야 하는데, 계속 건설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서생면이나 울산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고리 5·6호기 기준 반경 30km 이내에는 부산시민 250만 명, 울산시민 100만 명, 양산시민 30만 명 등 38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관련해 울주군 서생면 주민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이유다.

※ 용석록 님은 신고리 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