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7-28 16:00
[103호] 이달의 인권도서-『 잃을 것은 사슬뿐이었다』- 정병모 저 / 광장 2017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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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을 것은 사슬뿐이었다 』

정병모 저 / 광장 2017 / 김규란 정리

< 알라딘 제공 책소개 >


1987년 7,8,9월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맞아 11인 현중 민주노조 대책위원으로 당시 투쟁을 이끌었던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정병모 전 위원장의 글이 책으로 나왔다.
현대중공업 87년 투쟁 기록 <잃을 것은 사슬 뿐이었다>는 샌딩머신을 앞세우고 남목고개를 넘어 울산공설운동장과 울산시청으로 진군했던 노동자들의 가슴벅찬 인간 선언을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지은이는 남다른 기억력으로 30년 전 노동조합을 만들고 첫 파업을 벌였던 순간 순간들을 412쪽에 이르는 분량에 세밀하게 기록했다.
노동조합 결성을 준비하면서 속이 바짝바짝 타는 느낌, 선각식당 첫 거사를 무산시킨 자책감과 책임감, 조급함, 종합운동장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던 노동자들의 요구, 땀에 젖은 작업복에 어깨를 걸고 목이 터져라 신명나게 불렀던 아리랑목동, 첫 협상과 미숙한 합의, 기계의 부속품처럼 임금노예로 서로 경쟁하며 살아온 노동자들이 한곳을 향해 함께 가는 동지로 태어나던 해방감, 성난 파도처럼 남목고개를 넘던 가슴 터질듯한 자신감, 지도부 내부의 분열과 혼란... 30년 전 격동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지은이는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과 땀 냄새, 천지를 울리던 노래와 구호 소리까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87년 7,8,9월 노동자대투쟁은 6월 항쟁과 더불어 87년 체제를 열었던 동력이었다. 30년 전 노동자들이 사슬을 끊고 기계에서 인간으로, 노예에서 주인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듯이 노동자들은 또 어떤 사슬로부터 벗어나 87년 체제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할지 이 책을 보면서 돌이켜 묻게 된다. 이는 지난겨울 촛불 시민들이 지금의 노동운동 에 던진 뼈아픈 질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 내용 >
“사회 민주화보다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직장의 민주화구나. 사회가 민주화되어야 직장이 민주화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 바로 되어야 민주화가 완성되는 것이구나.”(43쪽)

“예를 들면 ‘밥이 형편없다. 먹을 수 있도록 질을 높여라’고 얘기하면 ‘현재 한 끼 밥값이 얼마가 들고 있고 100원을 높이면 얼마, 200원을 높이면 얼마가 듭니다.’ 하고 바로 얘기한다. …(중략)…. 구멍가게조차 경영을 해본 적이 없는 우리가 일일이 대답할 논리적 근거도 자료도 없이 맞상대하기가 솔직히 버거웠다(180쪽~181쪽).”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가 논리와 자료로 주장하고 회사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지만 87년은 그랬다(181쪽)”

“우리 모두는 어용노조 퇴진과 민주노조 건설이라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임금 인상, 후생복지, 상여금 차등 철폐 같은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어용노조를 몰아내고 노동조합만 민주노조로 바꾸면, 그 바뀐 노동조합이 체계적으로 잘 준비해서 나중에 협상을 통해서 따내면 된다고 생각했다(161쪽).”

“그러나 대다수 현장노동자들의 생각은 우리와 완전히 달랐다. 노동자들은 처음으로 운동장에 모였을 때부터 민주노조는 당연한 것이고 임금 인상 25%, 상여금 차등철폐, 두발 자유화, 하청 직영화, 유급휴가 실시 등 구체적인 요구를 주장해왔다(162쪽).”

“정 회장 눈에 흙이 들어갔는지 들어가지 않았는지는 모른다. 아니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안 된다’고 공언해온 정 회장에게 흙을 뿌렸다는 사실 하나가 갖는 의미가 중요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눈, 흙, 노조가 갖는 의미를 깨어버리는 상징 의식을 통해서 노동자들은 조금씩 각성하고 있었다(196쪽).”

“모임 취지에 대한 설명은 이재식 사무국장이 했는데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 울산에서 백날 떠들어봐야 중양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나오더라도 아주 짧게 나오고, 그러니 현중노조의 가장 중요한 대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 가서 투쟁을 하자. 울산에서 대규모 노동자 집회도 하고, 그에 맞추어 계동사옥 앞에서 노동자들이 상경투쟁을 하면 효과가 좋을 것 같다.” (289쪽)

“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울산사회선교실천협의회’를 내 발로 스스로 찾아갔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지 길을 몰랐고 사람을 찾을 수 없어 찾아갔다.”(362쪽)

“처음 해본 복직투쟁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 현대엔진 해고자 권용목 등과 중공업 해고자 김진국 등 몇몇이 모여 여러 차례의논 끝에 사무실을 얻자고 해 사무실을 얻고 새롭게 복직투쟁을 시작했다. 이름은 ‘현대 그룹 해고자 복직 실천 협의회’였다.(4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