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6-29 14:54
[102호] 여는 글 - 가벼운 큰 화분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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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큰 화분

이현숙


언제부턴가 개업 선물로 들어오는 화분이 아무리 커도 보기보다 상당히 가볍다는 것을 느꼈다. 배달하는 분들이 그 큰 화분을 거뜬하게 운반하기에, 매번 볼 때마다 배달하는 분이 힘이 세서 그런가보다 했다.

내가 근무한 사무실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사무실을 보면, 개업식 때 들어온 나무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들시들해서 결국 처분하는 것을 자주 봤다. 대게 큰 화분을 처분할 방법이 없어서 꽃집에 무상으로 주거나 하여 처분한다.
화분들이 저런 식으로 버려질 때 당연히 식물을 키우는데 소홀히 해서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식물 종류에 맞춰서 물의 양을 가감해서 줘야하고, 햇볕도 중요할 것이고, 분갈이도 필요할 것이고,,,

그래서 난 아까운 생명들이 죽어나가지 않도록 직원들과 함께 부지런히 물을 주고, 양지에 놔두기도 하고, 예쁜 꽃나무를 살리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분갈이도 하려고 했다.
우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무들이 시들시들하다가 결국 죽어서, 도저히 사무실에 둘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우린 그 많은 화분을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화분이라도 건지려고, 죽은 나무를 뽑고,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흙을 파내기 시작하면서 너무도 경악스런 장면을 목격해야만 했다. 흙과 자갈, 모래로만 채워져 있어야 할 화분 속에는 스티로폼, 나무 조각, 컵라면 등 잡다한 것들이 있었다.

정말 놀라웠다. 왜 화분 속에 이런 것들이 있지,,,놀랍기만 했다.
나무들이 죽는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또한 얄팍한 상술을 알게 되었다. 그냥 돈만 벌면 된다는 식. 어차피 선물하는 쪽이 화분 속을 살펴보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니깐. 겉모습만 훤하면 된다는 식. 식물이 죽거나 말거나. 저런 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을 보고 씁쓸하기만 하다. 제발 좀 양심을 가지고 장사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진다.

※ 이현숙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