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6-29 14:29
[102호]이달의 인권도서-『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 김탁환 소설 / 돌베개2017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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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

김탁환 저 / 돌베개 2017 / 오문완 정리

요약을 하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에서 저자는 허구와 실제를 오가며 고통 속에서도 연대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깊어진 집단적 외상이 견딜 수 없어 스스로 자기 치유의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다.

‘세월호 문학’의 시작(해설·문학평론가 김명인)

원래 모든 이야기는 기억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전설이나 민담 같은 비교적 작은 서사에서 신화나 서사시, 로망스 같은 큰 서사들이 집단적 기억을 보존하고 매개하는 수단이었다면 소설은 비로소 개인적 기억을 보존하고 매개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 보존하고 전달하는 개인의 기억이란 것은 그냥 고립된 단자로서의 개인적 기억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은 오래도록 그 개인이 사실 집단적인 것을 그 안에 숨기고 있는 개인이라는 약속 위에서 존재해왔다. (p344)

문학은 동시대의 다른 의식들보다는 좀 더 예민한 것이어서 용산 참사 이후 작가들은 ‘문학과 정치’를 사유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의 소설들에는 개인의 일들의 배후에는 거대한 집단적이고 전체적인 것들의 그림자가 있다는 생각들이 차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가장 잘 드러나는 최초의 기전이 바로 ‘기억하기’라고 할 수 있다.
성찰적 해석이 따르는 적극적인 사유 형식이다. 예컨대 2014년에 나온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중항쟁의 참상에 대한 기억과 애도를, 그리고 반성과 자책을 담고 있는 소설이지만, 그러한 절실한 기억 행위는 용산 참사가 환기한 개인과 집단, 개인과 전체의 운명을 가로지르는 ‘정치적인 것’에 대한 자각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기억 행위로서의 소설/쓰기는 곧 지난 20년 이상의 허깨비 같은 개인들의 시대에 대한 매우 심각한 반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는 그 규모나 성격에 있어서 용산 참사의 수백 수천 배의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인 만큼 그것이 우리 시대 사람들의 영혼에 가한 고통의 총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기억하는 일은 타동사적인 것이 아니라 자동사적인 것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주홍글씨처럼 새겨지게 되었다. 문학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마도 이제부터 한국문학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김탁환의 이 정열적이고 공격적인 ‘세월호 이야기의 소설화’는 그 ‘세월호 이후’라는 문학적 신세기의 시작에 해당된다. (p346-347)

<이 책의 구성> _ 교보문고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주인공 중에서 「이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적인 희생의 당사자나 그 가족들이 아닌 주변의 관찰자들이다. 세월호 참사가 지닌 본래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바란 대로 “그 순간이 너무나도 참혹하고 안타깝고 돌이킬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혹은 생사의 경계를 넘어가버렸다고 해도, 서로의 어둠을 지키는 방풍림”처럼 희망적이어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희망적이다. 아래에서는 5편을 소개한다.

# 눈동자
주인공은 눈동자 수집가다. 사람의 눈동자를 그 사람의 지문만큼이나 선명하게 기억해내는 인물로, 세월호 침몰 당시 그 배에 있었던 생존자다. 세월호에서 많은 사람을 구했지만, 결국 구할 수 없었던 한 학생의 눈동자와 “아저씨, 난 어떻게 해요?”라는 마지막 말이 내내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 학생을 닮은 눈동자를 발견하고 그의 뒤를 쫓는데...

#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
동민은 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차홍식을 위해 규정 위반을 감내하고 아들의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그리고 그 아빠를 통해 거꾸로 아내를 사고로 떠나보낸 슬픔을 위로받는데...

# 제주도에서 온 편지
2025년 4월 16일의 윤현진은 스물아홉살이고, 단원고 2학년 담임선생님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현진의 담임선생님 또한 스물아홉 살이었다. 현진은 친구 박민아를 세월호 사건으로 잃었다. 그리고 자신의 나침반이 되어주던 선생님 또한 그 사건에 희생되고 말았다. 너무나 커보였던 담임선생님의 나이가 된 현진은 스물아홉 살 꿈 많고 아름답던 선생님을 기억하고 선생님의 부모님을 찾아뵙는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띄운다...

# 이기는 사람들
개그맨 박병대는 이상한 동네 작가 형 탁모독에게 인형 탈을 쓰고 선거운동 하는 노경호 씨를 도와주라는 부탁을 받는다. 노경호 씨는 세월호 희생 학생의 아빠다. 그리고 세월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한 송금택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에 뛰어든다. 언제까지 지고만 있을 수는 없다. 봄이 오고 벚꽃이 피는 까닭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새기기 위함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우리는 이미 이기는 사람들이다...

# 소소한 기쁨
작은 기쁨들로 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출판사 편집자 금소중은 황철후 작가의 담당편집자다. 소소한 기쁨들이 큰 슬픔을 견뎌내는 힘이 된다는 황철후 작가의 말은 세월호를 글로 담아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탁 작가에게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