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3-31 15:02
[99호] 편집후기 -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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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편집위원


봄기운이 완연해지고 있습니다.
매화에 이어 양지바른 곳에서는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곪은 덩어리가 해를 넘기며 터져 나왔습니다. 남은 고름덩어리들 마저 뽑아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곪은 상처를 들어내기 위한 아픔이 너무 커서일까요? 아니면 고름의 뿌리가 너무 깊어서일까요? 고름을 다 짜내고 싶은 욕망은 굴뚝이지만 다 짜내지 못하고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곪은 부분을 끌어안은 채 나아가겠지요. 상처가 크지 않다는 위안을 삼으면서....... 그렇게 큰 상처 앞에 작은 상처들은 묻혀 지나가버립니다.

그러나 가끔은 작은 상처가 더 아프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크지 않아 남들의 눈에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너무 아픈 현실의 상처입니다. 특히 믿음을 져버리고 파고드는 상처는 내내 폐부 깊숙이 새겨져 쉬 사라지지 않습니다. 해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한국산업의 근간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밥심으로 산다고 했던 어머님네가 아직도 쟁쟁한 활동(농업에서)을 보이고 있는데, 사회는 이미 밥심으로 사는 시대가 지나가 버린 듯합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이 61.9kg이니, 1인당 쌀 소비량이 하루 170g에 미치지 못합니다. 2월 25일자 산지 쌀값이 80kg 한가마니에 12,8936원이니, 하루 소비하는 쌀 가격은 105.5원입니다. 보통 35g정도 되는 초코파이 한 개 가격이 1,000원~2,000원 사이인데 말이죠,

탄핵정국이라는 커다란 이슈에 묻혀 모두들 관심들이 서울 청와대와 광화문 등으로 쏠려 있을 때 전국 23만 농가에 고지서가 한 장 날아들었습니다.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 요청 고지서입니다. 울산지역 632농가에도 고지서가 날아들었습니다.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이란 정부가 농가로부터 공공비축미 등을 매입할 때 수확기 농가의 경영안정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평균산지쌀값의 93% 수준으로 농가에 우선 지급하는 대금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께 지급했던 금액이 쌀값이 떨어지면서 40kg 포대 당 860원의 차액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울산지역의 경우 환수해야하는 금액을 보니 농가당 평균 83,000원 정도 됩니다.

60년대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 70년대를 살아왔던 어르신들(전국 농민 평균연령이 65세) 입장에서 보면 억장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내가 이런 대접 받으려고 농사지었나?” 자괴감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받은 작은 상처는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논을 바라보면 자신도 모르게 굵은 눈물이 흘러 내리실지도 모릅니다. 가끔 ‘인연’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직 그에 미치진 못합니다. 그저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