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1-31 13:22
[97호] 여는 글 - 겨울은 봄을 맞이합니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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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봄을 맞이합니다

최민식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창밖을 내다보니 공원에 눈이 살포시 쌓였습니다. 전국에 눈이 온다는 소식에 눈뜨자마자 확인합니다. 동트기 전 이른 시간이라 생의 흔적 하나 없이 공원 가로등 빛에 눈은 더 하얗습니다. 발자국마저 흐릿하게 찍힐 만큼 적설량은 미미 하지만 눈이 쌓였다는 데 만족합니다. 봄이 그리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촛불집회 내내 봄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나라냐?” 분노한 시민들의 탄식과 함께한 외침입니다. 일부 세력이 국정을 농단하고 그 정점에 박근혜대통령이 있으니 하는 얘기입니다. 한편, 국민들이 있어 촛불이 있어 나라인 것이 맞습니다. 권력의 사유화를 거부한, 주권자 시민의 나라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 만약에 훌륭한 사람들의 나라가 생긴다면, 그러한 나라에서는 마치 오늘날 통치를 맡으려는 것이 싸움거리가 되는 것처럼, 서로 통치를 맡지 않으려는 것이 싸움거리로 될 것 같기에 말일세. 그리고 이 경우에 진실로 ‘참된 통치자’는 본성상 자신에게 편익이 되는 걸 생각하게 되지 않고, 다스림을 받는 쪽에 편익이 되는 걸 생각하게 될 것임이 명백해 질 것 같기에 말일세. (플라톤-국가1권 347P) >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합니다. 비록 소크라테스가 민주제를 하층민의 권력이라고 폄하 하면서, 참된 도덕성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있고, 국가권력은 그러한 소수에게 속해야 한다고 했지만 권력이 근본 성질1은 사유화가 아님은 분명히 합니다. 또, <“그대는 최대한의 돈과 명예와 명성을 쌓아 올리면서 지혜와 진리와 영혼의 최대의 향상은 거의 돌보지 않고 이러한 일은 전혀 고려하지도 주의하지도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플라톤-소크라테스의 변명)>라며 소비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을 향한 준엄한 비판을 합니다. 삼성을 위시한 재벌과 박근혜 권력의 벌인 작금의 농단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유욕과 철저히 단절한 채 오직 진리 추구만을 생의 목표로 삼았던 소크라테스의 삶과 사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경받는 이유일 것 입니다.

"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 헌법 69조 내용입니다. 사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태반 주사 등 미용 시술을 받고 성형수술을 받는 것, 더 나아가 불경스런 연애를 하던지 간에 그의 사생활을 탄핵의 사유인 듯 거론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한 세월호 만으로도, 블랙리스트만으로도 헌법에 의한 탄핵은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민주공화제는 다양한 가치를 인정함을 전제로 토론과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합니다. 토론의 장도 투표의 장도 자유로워야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참여 의무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권리가 획득되어 지는 과정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이시대가 만든 거대한 토론의 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이나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끼리끼리 현상에 갇히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와 군사문화의 일방적 논리주입에 익숙한 50대 이후 기성세대의 토론문화는 끼리끼리 현상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기까지 합니다. 계중이나 동호회 가족모임에서 정치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 다 된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것 인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토론을 통한 발전이 가로막혀있는 형국입니다. 나부터 우리부터 한국의 보수를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역세력 색출, 처벌 등의 주장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완장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합니다. 봄은 따스하고 화창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겨울이 ‘춥기’만 한 것이 아니듯.

※ 최민식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상임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