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1-31 11:31
[97호] 이달의 인권도서 - 「행복의 정복」 버트란드 러셀 저/ 이순희 역/ 사회평론 2005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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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복

버트란드 러셀 저/ 이순희 역/ 사회평론 2005/ 이영환 편집위원 정리
원제 Conquest of happiness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지성중 한명이라는 버트란드 러셀이 1930년에 저술하였다. 87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다 할 것이다.

오늘날 행복은 현대인의 화두다. 마음의 평화를 찾으라는 종교인들의 책들이 주기적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뉴욕에서 건너온 웰빙 열풍에 요가와 명상은 이제 새로운 생활 패턴이 되었다. 서구인들조차 동양의 지혜에 추파를 던지고,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배우들도 달라이 라마와의 친분을 과시한다. 그러는 사이, 행복은 어디로 날아가 버렸을까? 남들한테 뒤처지지 않고 따라가기만 하면,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시중의 수많은 행복론들이 강조하는 것은 마음 수양, 마음공부다. 혹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마음에 위안이 되는 이야기들로 가슴을 따뜻하게 덥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안은 순간일 뿐,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개인의 정신적 경지에서의 성취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어떠한 발전이나 진보도 일어날 수 없다.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의 마음 수양이 부족한 탓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온갖 부당한 것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살펴보면 화라는 것이 곧 열정의 다른 이름임을 알 수 있다.

현대 산업사회 이후 정치, 경제, 사회과학에 대한 책들은 쏟아져 나왔지만 행복에 대한 책들은 보다 내밀한 개인적인 것들로 치부되어 이러한 사회적 논의와는 별개의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행복이 인생을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중요한 가치라면, 인간과 사회가 어떻게 다른 목표, 다른 시각을 지향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신비주의가 가득한 책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퇴행적 측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적 전통에 따른다면, 이성적 합리주의야말로 지성사의 주류적 위치를 점해오지 않았던가.

고요한 산사에서 평안을 얻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복잡한 도시의 출근 전철 안에서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가 산사에서 살 것이 아니라 도시가 우리의 삶터라면, 사람 속에서,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일상과 호흡할 수 있는 그런 행복론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행복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