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1-02 11:58
[96호] 시선 둘 - 인생처음 촛불집회를 다녀오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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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처음 촛불집회를 다녀오며

최진선


12월 3일 울산에서 인생처음으로 촛불집회를 참여하였다. 어머니가 촛불집회에 참가 하신다고 해 다치실까봐 따라가게 되었다. 나는 그 곳에서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역사에 이름이 기록되지도 않으며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행위를 위해 따뜻함, 편안함과 시간을 그리고 끼니까지 포기하며 그 곳에 와있는 수많은 사람을 보았다. ‘대한민국에 이런 큰 그릇이 되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구나.’ 생각하며 한없이 고마웠다.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면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기 힘들었는데.. 나는 그만한 그릇 이 아니다.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참가하지 않았고 집에서 뉴스로 촛불집회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존경스럽고 지금까지 참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민주 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업혀가려한 것만 같아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간단한 식사를 위해 집회장소 옆에 있는 백화점 지하식품점에 갔다. 그 누구도 ‘박근혜 퇴진’이라 쓰여 있는 피켓을 든 사람이 없었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쇼핑에 여념 없는 사람들이 많아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우리의 뜻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들을 보며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수가 아닌 정의와 진실이 이길 수 있는 시대다. 이 시국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할지라도 정의가 이길 것이다. 세상은 생각 없는 다수가 아닌 생각하고 행동하는 소수에 의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고 앞으로도 촛불집회에 나올 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가지라고 응원하고 싶다.

정해진 집회 장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자유발언과 공연까지 한 다음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맹우 사무실로 행진을 하였다. 행진 도중 골목에서 나가지 못하는 택시 기사가 우리를 향해 “너희가 박근혜와 다를 게 뭐가 있냐.”며 싸움을 걸어왔다. 행진 때문에 한동안 차 가 움직이지 못해 화가 나신 것이었다. 급한 일이 있어 그래야만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 도 있다. 이유 불문하고 그 분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급한 일이 없었다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일정 이상의 인격을 완력이나 험담으로 요구하는 것은 실례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단 십 분도 내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집회에 참가하지 않고 자신의 안녕을 바라더라도 그들을 포용하고 관대해져야 진정한 평화집회라고 할 수 있다.


당일 전국에 촛불집회 참가인원이 총 232만 명이 되어 돌아오는 금요일 우리의 행동은 빛을 발하게 되었다. 탄핵이 가결된 것이었다. 탄핵이 가결된 것은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참가하거나 도와준 사람들 덕분이다. 그들의 행위는 결코 작은 행위가 아니었다. 하나에서 둘이 둘에서 열이 되듯 하나가 없었다면 232만이 되지 못했다. 자신의 행위를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하지 않길 바라고 촛불집회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이 고마워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참가자들의 결의에 찬 표정을 보며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다시 보게 되었고 길 막힌다고 화내는 택시기사와 백화점에서 한가롭게 쇼핑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고의 자유로움을 느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한 걸음 성장하게 된 날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람들 덕분에 대한민국의 나은 미래를 그려본 날이었다.

※ 최진선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현숙 이사님의 자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