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2-01 11:07
[95호] 여는글 - 가을소식을 접하며......
 글쓴이 : 인턴07
조회 : 7,856  

가을소식을 접하며......

만초스님 l 이사

온 산천을 아름다움으로 치장한 가을소식을 접하며 다시 조금씩 차가워지는 추위에 옷깃을 여미고 몸을 움츠리는 계절입니다. 그동안 울산에서의 시간을 마감하고 조금은 한가로이 현장을 떠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간 누리는 시간의 여유로움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마음에서는 오히려 조급함과 약간의 불안감도 함께 생겨지고 있군요. 몸에서의 자유, 환경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마음에서의 자유에 대한 내공이 있어야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몸 그리고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사치이고 오만 일수도 있지만 현장을 떠나있는 시간을 가졌으면서도 온전한 휴식을 즐기지 못하는 저 자신에 대한 각성으로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이 불안함은 다른 이유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나라인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지라 하고 있습니다. 그 책임의 방법은 물러나고 되돌려 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의 외침, 어떤 특정한 이해관계에 속한 이들만의 요구가 아니라 백만 이백만의 주권가진 이들이 추위와 불편함을 무릅쓰고 분노의 외침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촛불을 밝힌 이들만이 아니라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전 국민의 목소리는 어디서나 또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책임지고 하야 하라"라는 분명한 소리로 들립니다. 그래야 한다는 정의감이 아니라 그래야만 한다는 절박함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이 사자후의 소리에 귀 막고 딴청을 피는 이들이 있습니다. 국가적 범죄를 저지른 이와 그 범죄를 방조하고 기대어 자신의 욕망을 탐했던 이들이 오천만의 함성을 외면하고 적반하장의 뻔뻔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촛불의 물결은 지금 우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제력일 것입니다. 손에 들려진 촛불보다, 우리가 외치는 ‘하야’에 대한 구호보다 실제 우리가 감당하고 있는 분노는 열배 백배 더 큰 것임을 저들은 짐짓 모르는 체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법적 테두리 속에서만 다뤄질 내용이 아닙니다. 오천만 국민의 자존감을 상실 시켰습니다. 한두 사람의 욕망을 탐 하기위해 전 국민의 평등해야할 인권을 위축 시켰습니다. 주권을 지닌 국민으로부터 잠시 역할을 위임 받았던 이가 그 역할을 이용해 자신만의 욕망을 추구한 것은 정형화된 사법적 범위를 벋어나 더 큰 양심적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법을 속인 것만이 아니라 오천만 국민을 속인 것입니다. 당연히 잘못을 고백하고 물러나야 합니다. 국민의 주권은 누군가가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당연한 인권 역시 앉아서 바란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씩 하나씩 작은 촛불이라도 들어야 합니다. 한마디, 한마디 외침이라도 함께해야 합니다.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을 그런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횃불이 우리의 주권을 찾고 당연한 인권을 보장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큰 목소리로 외쳐야 합니다.

“책임지고 하야하라!!”

지금 우리의 외침과 손에 들려진 촛불은 일시적 감정의 해소로 끝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분노가 다만 감정 안에서 누그러지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는 것으로 끝낸다면 우린 또다시 두 번, 세 번의 좌절로 허탈해 하게 됩니다. 이제 당연한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여 수많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뤄낸 민주의 주권을 지켜내고 더 이상 배신의 분노에 치떨지 않도록 지금 우리의 촛불을 더 높이 치켜들어야 합니다.

아직은 가을입니다.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행복의 선물입니다. 하루빨리 자유롭고 편안한 휴식 속에서 늦은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기를 염원 합니다. ‘호호’ 불며 촛불을 움켜잡았던 손들이 서로서로의 따뜻한 손을 맞잡고 주권회복과 인권승리를 합창 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