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7-28 15:49
[91호] 시선 하나 - “뭐 어때서, 친구사인데~!”
 글쓴이 : 인턴07
조회 : 8,276  

시선 하나 - “뭐 어때서, 친구사인데~!”

김창원 l 편집위원


저에게는 밴드모임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유독 극성스럽게 채팅방을 이용하는 몇몇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침인사부터 낮에 점심 무얼 먹었는지, 오늘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저녁 술자리라도 있으면 꼭 사진을 첨부하여 올립니다. 몇 일전에는 휴가 나온 아들과 함께 할아버지를 뵈러 간 내용도 올렸습니다. 그리고 3~4명의 친구들이 대화가 오갑니다. 일면 눈팅(대화는 하지 않고 눈으로 보는 행동)만 하는 나로서는 그저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내용들까지 모두 올리고 알려야 하나?’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러다 왜 이 친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올리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야~! 이런 내용까지 다 올릴 필요는 없잖아~!”
“뭐 어때서. 친구사인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친구 사이면 그냥 인정해야 되는 것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아들과 아버지는 과연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에 동의했을까요? 혹시 친구는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있는 사진을 자신의 사진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분명 공동의 사진인데 말이죠. 사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올렸다면 어떨까요? 친구는 말했습니다. “뭐 어때서. 친구사인데~!” 그런데 과연 친구한테 잠시 사진을 보여준 것일까요?

SNS에서의 사진이나 문자는 바로 기록으로 남습니다. 대화방이란 이름으로 오프라인상의 주고받는 말이라 착각하기 쉬운데 엄연히 기록으로 남는 문자입니다. 더구나 누군가가 보관까지 하고 있는....... 그래서 SNS에서의 대화는 오프라인에서의 “내용증명우편”과 같습니다. 발신자와 수신자가 있고, 이를 증명하는 제3자가 있는...... 그리고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 들여다 볼 수 있고, 또한 그 내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제3의 영역으로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파의 영역은 단순히 “친구사인데......”란 제한된 영역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동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올려도 된다? 특히 자녀들이 어린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심지어 유튜브에 올라간 어린아이들 동영상을 볼 때면 깜짝 놀랍습니다. ‘저 아이가 커서 지금의 저 동영상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프라이버시법 개정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동의 없이 사진을 SNS에 올린 경우 그 사람이 부모라 할지라도 벌금 약 5천만 원과 징역 1년의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디지털 세상에 자신의 기록을 남겨진다는 것을 과연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기록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더구나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누군가는 기록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연 친구는 아들과 아버지와 함께 한 사진을 올리면서 동의를 구했을까?

※ 시선 하나를 써주신 김창원 회원은 <인?연>의 편집위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