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6-03 09:35
[89호] 편집후기
 글쓴이 :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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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______________ 편집위원회


예전 프랑스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당시였다. 사전행사가 모두 끝나고 자리가 정리될 즈음 한 소녀가 대회장 한가운데로 입장했다. 그리고는 개최국이자 자신의 국가인 프랑스의 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의 국가에 대한 자긍감과 희망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고 청아했다.


♬♪♩일어나라 조국의 자식들이여 영광의 날이 왔도다
압제자의 피묻은 깃발이 우리를 노리고 휘날린다
들리는가 전장의 소리가?
사나운 적들의 고함소리가
바로 우리 가운데 쳐들어와 우리 처자의 목을 따려한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아! 시민군을 조직하라!
행진하라, 행진하라!
적의 더러운 피로 우리 논밭의 고랑을 적시자! ♬♪♩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는 한때 가사 또는 노래 자체를 다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것은 가사가 아이들이 노래하기에는 과격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유럽 통합 운동이 진행되는 현대에 주변국에 대한 적의가 가득 찬 노래를 남기는 것은 부적당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바꾸지는 않았다.

만들어진지 300년이 넘은 국가도 갖가지 논란을 겪었을 테지만 만들어진지 30년이 넘은 곡도 한쪽의 반대로 논란이 일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작사가인 황석영 작가가 한때 방북했던 인사이기 때문에 가사의 ‘임’은 북한을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집회에 한번이라도 참석해본 사람들에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광주의 아픔을 가진 역사를 애써 묻으려고 하는 세력들은 이것저것 갖가지 꼬투리라도 붙여서 제창을 막았다.
5.18민주화운동 추모행사 때마다 제창되어온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된 이후에도 2008년까지는 기념곡으로 제창되었다. 2009년 이명박정부 시기 때 제창이 폐기되어 합창단의 합창으로 바뀌었다.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되어서 여야 합치의 출발점으로 제창을 추진했으나, 국가보훈처는 합창을 유지하겠다고 했고 결국 당일 합창단이 합창을 했다.

프랑스가 이슬람국가라고 불리는 IS의 테러를 당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국가를 만들어 부르고 있다. 교과서를 만들어 자신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역사들을 되돌리려는 정부와 세력들은 프랑스의 국가 제창에 대해 다시 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