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5-02 10:04
[88호] 편집후기
 글쓴이 :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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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안전하지 않은 안전매뉴얼_________________ 편집위원회


세월호 참사가 있는지 2년이 흘렀습니다.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갑니다. 매뉴얼이 있었는가?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는가? 매뉴얼에 문제는 없었는가?
매뉴얼은 어떠한 일에 대한 활동기준과 작업의 순서, 방법 등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문서화한 것입니다. 그럼으로 하나의 사건에서 매뉴얼의 존재여부와 실행, 그리고 매뉴얼상의 문제점 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매뉴얼은 재검토되고 보완, 수정됩니다. 재난관련 매뉴얼은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매뉴얼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건은 반복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어깨에 지워집니다. 세월호 2주기를 맞이하건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매뉴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검토, 그리고 보완 작업은 요원한 듯합니다.
얼마 전 탈핵인권도보순례 5구간에 참여했습니다. 남창성당부터 신고리원전까지 코스였습니다. 온곡마을회관앞을 지나는 길에 “방사선 대피 안내판”이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방사선 비상시 행동요령이 나와 있습니다. 대피행동요령은 옥내대피명령과 구호소대피명령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구호소 대피 명령을 통보받으면 ‘마을 집결지에 모여 구호소로 대피하고, 구호소에서 인적사항을 기록합니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구호소 대피 이동경로를 보다가 아연실색(?)했습니다. 그리고 헛웃음이 나옵니다.


『 ? 이동경로 : 온곡1구마을회관 => 서생역 => 울주명지초등학교
(현위치) (버스,자가이용) (제2집결지) (기차이동) (구호소) 』



원전사고가 나면 대피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버스나 자가를 이용하여 가장 빠르게 구호소로 대피하도록 안내하고, 이동경로인 도로의 안전을 확보하는게 우선일 것입니다. 그런데 마을회관으로 1차 집결하고, 다시 서생역에 2차 집결한 후 구호소로 이동하는 경로입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서생역에서 울주군 천상리에 있는 명지초등학교까지 기차로 이동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울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서생역에서 천상까지 기차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겠지요. 원전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면 과연 이 비상대피 매뉴얼은 온곡마을 주민들을 살려낼 수 있을까요?
방사선비상대피안내판위에 쓰인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다 함께 만드는 명품도시, 명품 울주].
명품이란 구호아래 생명을 다루는 비상대피 안내문의 대피매뉴얼을 본 씁쓸한 기분을 안은 채 발걸음을 옮깁니다.
안전하지 않은 안전대피 매뉴얼에 기대어 살아가야하는 뭇 생명들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