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11-30 14:18
[83호] 인권포커스
 글쓴이 : 김규란
조회 : 8,467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대학생 대회’ -자유 발언 발표문
홍용희 l 대학생

백양로를 지나고 계시는 연세인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행정학과 홍용희라고 합니다. 잠시만 시간 내주셔서 저희와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10월 12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님께서는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이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필두로 정부와 여당에서는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되어있고 이런 편향된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자학사관'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정교과서를 지지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이런 자학사관을 가르치는 교과서 때문에 청년층이 우리나라에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고 우울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과 정신질환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의문을 던집니다. 그들이 말하는 좌편향이란 무엇이며 자학사관이란 무엇입니까? 36년 동안 일본의 제국주의에 맞써 목숨을 걸고 싸운 우리 선조의 이야기가 좌편향입니까? 사람답게 살 권리를 달라며 노동 착취를 향해 외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가 좌편향입니까? 독재의 총칼을 몰아내었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선배님들의 이야기가 좌편향입니까? 어디가 좌편향이고, 도대체 어디가 우울한 기록이며 틀린 이야기 입니까?

올바름의 판단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권력의 힘으로 대신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는 국민들의 집단적 기억입니다. 그 집단기억을 권력이 선별하며 획일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면 안 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우울한 젊은이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울하다면, 그것은 끝없는 내신 경쟁, 학점 경쟁, 스펙 경쟁에 지쳤기 때문이겠지요. 올라가기만 하는 등록금 때문이겠지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 때문이겠지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왜 우울한지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우리의 이야기를 편향되었다고 매도하기만 하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황우여 교육부 장관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님, 박근혜 대통령님. 올바름의 판단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당신들께서 할 일은 자랑스러운 과거라고 판단해주는 것이 아닌 자랑스러운 현재를 제시해주는 겁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드시 철회하십시오.

오늘 오후 4시 청계광장에서 저희와 함께해주십시오. 올바름의 판단의 주체는 권력이 아닌, 우리 모두라는 것을 보여줍시다. 감사합니다.


※ 위 발표문은 10월 31일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대학생 대회’에서 홍용희 학생이 자유 발언한 발표문입니다. 이 대학생 집회에는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대학생 400여명이 참여했으며, 서울 동·북부 지역의 경기대, 경인교대, 명지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항공대, 한신대, 홍익대 등의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홍용희 학생은 홍영준 운영위원의 자제분이며, 현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15학번으로 재학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