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11-30 13:56
[83호] 이달의 인권도서
 글쓴이 : 김규란
조회 : 7,847  

서민적 글쓰기-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글쓰기의 힘
서민 / 생각정원 / 2015 / 발제 : 김창원

책이 검색되지 않는다. 3일전에도 검색했는데, 뭔가 잘못되었나 보다.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해 함께 구입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벌써 구입해서 읽고 있다고 한다. 다시 검색해본다. ‘서민정의 글쓰기’ 여전히 없다. 내가 책 제목을 잘못 알고 있나? 다시 전화를 걸어 책 제목을 물었더니 「서민적 글쓰기」라 한다. 이런, 내 귀가 약간 이상한가 보다. 「서민적 글쓰기」 기대된다. 글쓰기가 서민적이라? 강력한 무언가가 스며든다. 서민적 글쓰기가 있다면, 서민적이지 않은 글쓰기는……. 귀족적 글쓰기? 기대를 안고 책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드디어 도착한 책, 서민적 글쓰기!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뭔가 내가 잘 못 이해했다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책 제목을 보니 ‘서민’과 ‘글쓰기’는 하얀색인데 ‘적’나는 연한 녹청색이다. 책 제목아래 작은 글씨에 ‘기생충박사 서민 지음’이라 되어 있다. 서민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서민이란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란 건가?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이라고 하니 또 다른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글쓰기는, 논문을 써야하는 학생에게는 미래이고, 내일 아침 기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김과장에겐 밥벌이다. 피 끓는 청춘에게는 연애의 방법이며, 누군가에겐 지친 삶을 위로하는 마음의 위안이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타인을 향한 연민이자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이다.“_____p.16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사람들이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미학적 열정-내가 본 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며, 셋째는 역사적 충동-진실을 파헤쳐 후세에게 알리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고, 넷째는 정치성-타인과 공감하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을 꼽았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조금은 거창해 보이지만,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번쯤 가져봐야 할 질문이다
_____p. 19

과학기술의 발달로 글이 전파되는 수단이 과거와 달라지긴 했지만, 글쓰기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SNS로 글이 퍼지는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으니, 글의 중요성은 오히려 과거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다._____P.33-37

소설뿐 아니라 일반적인 글쓰기에서 주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 생각이기 때문이다. 일단 주제가 정해졌다면 그 주제를 뒷받침하는 이야기를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 그래야 주제에 힘이 실리고 믿음이 생긴다. 주제에 맞는 글쓰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내용에 객관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허무맹랑한 설정으로는 독자를 설득할 수 없다. 읽으면서 고개를 꺄우뚱한다면 벌써 그 이야기는 신뢰를 읽은 것이다. _____p. 63

글을 잘 쓰려면 글쓰기 노트와 필기도구를 가지고 다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상이란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며, 한번 사라지고 난 뒤에는 다시 떠올리기 어렵다. 시상이 떠오른다면 재빨리 노트와 연필을 꺼내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노트에 쓴 글은 반드시 컴퓨터로 옮겨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글파일의 형태로 저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글파일의 장점은 나중에 모아서 책을 낼 때도 좋지만, 글을 쓰는 동안 오타 교정을 해주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사람들이 반응이라도 보이면, 지옥훈련이 덜 외롭다. 또한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교류하다 보면 자기 글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도 있으니, 한글파일로 쓴 글은 블로그에 저장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매일은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2~3일에 한 번씩 글을 올려야 한다. 글을 잘 쓰려는 사람은 반드시 종이신문 읽기를 권한다. 신문 속 사건들은 모두 글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신문에 실리는 사설과 칼럼은 그 자체가 글쓰기 교본이다. 나만해도 1997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 4대 일간지를 밑줄 쳐가며 읽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일기와 감상문은 글을 잘 쓰는 지름길이다. 매일 매일 써야 느는 게 글 솜씨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바로 일기다. 감상문도 일기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 감상문을 쓰면서 책 내용이 정리되고, 그 책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그 과정에서 글쓰기 실력도 일취월장한다._____p. 124-131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가장 좋은 글쓰기 훈련법이다. 물론 읽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책을 그대로 베끼는 일이다.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위대한 문장을 직접 써보는 것이야말로 글쓰기 실력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읽을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들이 필사까지 하기는 비현실적이니, 책을 읽는 것만이라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건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다른 짓을 하고픈 유혹을 뿌리치고 글을 쓰게 만드는 힘, 그게 바로 인내심이다. 내가 보기에 글 쓰는 데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책을 읽는 데는 어느 정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 집중력을 300쪽이 넘게 밀고 나가야 한 권을 다 읽게 되니까 인내심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스마트폰은 인내심의 천적이다.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점도 문제지만, 기다림의 소중함을 앗아가 인내심을 저해한다._____P. 142-145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글에도 유효기간이 있을 테고, 사람들이 내 글에 식상해지는 날도 머지않아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 내겐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_____P. 247-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