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10-01 11:07
[81호] 인권 포커스
 글쓴이 : 김규란
조회 : 7,746  

살벌하여라, 박근혜의 노동개혁
_____이선이 l 민주노총울산 노동법률원 공인노무사

얼마 전 인권교육 강사단 양성과정을 위해 노동인권 교육을 준비할 때였다.
‘노동자’와 ‘근로자’라는 말 중 어떤 것을 골라 쓸까 질문하는 것으로 교육을 시작하고 싶어서, 구글에서 노동자와 근로자에 대한 이미지 검색을 해보았다.

결과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빵 터졌다’. 근로자의 이미지는 주로 화합, 평화, 성실, 협력이다. 색상도 화사하고, 웃고, 어우러지고. 반면 노동자의 이미지는 투쟁, 파업, 과격, 선동이다. 칙칙한 색에 눈을 부라리고 팔을 높이 쳐들고.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는 말을 쓸 때부터 불안했다. 정부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보기에 ‘노동’은 과격하고 투쟁이나 일삼으며, 자기 이익에만 골몰하고 복종 따윈 하지 않는다. 이 ‘노동’을 개혁하겠다고 나섰으니, 얼마나 살벌하게 몰아붙이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초강경한 자세로 지난 9월 13일 노사정위 야합까지 몰아쳤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새누리당은 9월 16일 일명 ‘노동시장 선진화법’을 당론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노동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인정했던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의 중복할증 문제는 물거품이 된다. 업무능력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도저히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사용자가 객관적, 합리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판례도 의미가 없어진다.

근로조건을 원래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 일하라면 일하고, 임금 덜 주면 덜 받고, 그러다가 일 못하니 나가라면 나가고. 계약직은 더 오래 계약직이 되고, 파견직은 더 많은 곳에 파견되고. 이것이 ‘노동’개혁이다. ‘노동자’의 인권을 거침없이 파헤치고, 갉아먹고, 마침내 ‘근로자’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것이 바로 ‘노동’개혁이다.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이 살벌함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이를 감당할 것인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은 이 질문 앞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 여는 글을 써주신 이선이 회원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교육센터 운영위원입니다.
현재 공인노무사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아래 참고>
? 새누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관계법 5개
△파견법(파견 허용 업종 확대)
△기간제법(비정규직 노동자 사용 기간 연장)
△근로기준법(주 60시간제 도입, 통상 임금 명료화)
△고용보험법(실업 급여 강화)
△산재보험법(출·퇴근 재해 산재 인정)
? 노사정위에서 논란이 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노사정이 법 개정 없이 가이드라인만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