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10 14:34
[47호] 인권포커스 - 숨이 막힌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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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옥 l 전교조 울산지부수석부위원장

“ 집행부 임기를 교육청 농성장에서 마치게 되더라도 단체교섭을 성사시키리라!”
모두들 그런 다짐으로 교육청 농성을 시작했다. 스승의 날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출퇴근 선전전 70일, 농성 40일이 이어졌다.

학교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울산교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소리들이 매우 거세어졌다. 울산지역의 과반이 훨씬 넘는 5130명의 교사들이 울산교육여건개선이 시급하다는 서명에 동참했다.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는 커녕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속출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거나, 숨이 막혀 학교에 있기가 힘들다는 교사들의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휴직과 명퇴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래 숨이 막힌다는 이야기가 딱 맞겠다. 2004년에 체결된 뒤, 2008년에 해지된 단체협약! 그 단협복원을 목표로 우리 지부는 지난 2년간 끊임없이 단체교섭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김복만 교육감은 취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원노조와 단 한차례의 공식적인 면담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밖으로는 언제나 소통하는 교육감, 행복과 감동을 주는 교육감이 되겠노라 밥먹듯이 말하고 다녔다.

농성이 시작된 지난 6월 13일은 단체교섭이 열리는 날이었다. 교육청은 단체교섭장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교육감실이 있는 3층 전체를 문을 걸어 잠궈버렸다. 3층에는 교육감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해야 하는 공간이 있는데 말이다.

교섭대표권과 체결권을 8월에 퇴임하는 교육국장에게 위임하는 몰상식적인 일들을 반복하는 김교육감을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농성천막을 쳤고, 교육청은 직원들을 강제동원해 천막을 부쉈다. 이것이 지난 2년간의 김복만 교육감의 소통방식이다.
교육청 내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모든 직원을 교육청으로 불러들이기를 여러 차례, 시청퇴임 공무원 자리챙겨주기, 낙하산 인사 등등... 교육청직원들에게마저 외면당하는 행정을 펼치니 존재감이 없는 불통교육감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밖에.

다들 궁금해한다. 단체교섭안 주요내용은 뭐냐고. 우리 지부는 올 상반기에 전조합원 설문을 통해 주요 10대 요구안을 확정지었고 그것을 최우선적으로 논의해 갈 것이다.
주 요구안은 현행교원평가개선, 평가강제동원금지/초빙교사제폐지 및 축소/ 교원업무경감방안마련/방과후 학교 운영개선, 강제실시 금지/ 집중이수제 보완정책실시 / 초중학교 광역수준 일제고사폐지/ 맞춤형복지비와 중등교원연구비인상/ 친환경무상급식실시/민주적 인사자문위원회설치/중등서술형평가 교사자율실시 등이다. 물론 이 외에도 2004년도에 체결된 많은 조항이 기본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우리 지부는 지난 7월 23일, 40여일간 지속해오던 농성을 잠시 중단했다. 교육감이 참석하는 본교섭을 9월 7일전에 진행한다는 합의서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공교육 근간이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이후 단체교섭 투쟁으로, 우리는 학교현장에서 터져나오는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들을 담아내고 해결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두가 깊은 관심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희망하고 꿈꾼다.
누가 헛된 공상이래도 할 수 없다.
아이들, 교사,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