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1-14 16:08
[72호]회원글2 - 미생(未生)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글쓴이 : 인턴3
조회 : 9,299  

최성호 l 회 원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라 말한다. 두 집을 만들기 전은 모두 ‘미생(未生)’ 즉,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말, 상대로부터 공격받을 여지가 있는 말이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둑의 미생(未生)이 아닌 한 tv드라마속의 미생(未生)을 말하고자 한다. 미생(未生)은 무섭도록 치밀하고, 가슴 벅차게 감동적인 샐러리맨 만화로 윤태호의 신작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9권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2012년 1월 Daum 만화속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최장기간 평점 1위를 고수하였다. 평점의 댓글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수많은 비정규직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치열한 삶의 현장속에서 느낄 수 있는 비정규직의 슬픔을 미생(未生)은 잔잔히 보여 주고 있다.
나 역시 오늘을 살아가는 미생(未生)이다. 자기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현대의 직장생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오직 월급과 승진만이 아닌 직장생활 자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이 만화를 시작했다. 사회라는 거대한 바둑판에서 두 집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도달할 완생을 향해 한 수 한 수 성실히 돌을 놓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잠깐 미생(未生)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11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아가던 청년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하고 ‘회사’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작가는 다양한 업무가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종합상사의 인턴사원으로 장그래를 밀어 넣었다.
검정고시 출신 고졸에 취미도 특기도 없지만 신중함과 통찰력, 따뜻함을 지닌 장그래는 합리적이고 배려심 깊은 상사(오상식 차장, 천관웅 과장, 김동식 대리 등)들을 만나 일을 배워가고,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입사 P·T 시험을 거쳐 계약직이지만 정식 사원증을 목에 건다. 그리고 『미생』을 읽으며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고, 나는 과연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받는 독자들은 장그래에게 응원을 보내는 동시에 자신의 삶에도 파이팅을 보내고 있다.(인터넷교보문고 중에서)

언론이 발표한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근로자의 35%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 일을 시작한지 1년 뒤와 3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율은 각각 11%와 22%로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가장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월 임금 격차는 1백 58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비정규직이란 용어는 지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법이나 규정에 정의나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시간제, 기간제, 파견 근로자 등이 한꺼번에 비정규직으로 묶이고 정규직이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하고 열악한 근로조건하에서 차별받는 근로자라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시간제 근로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반적이다. OECD 가입국 가운데 비정규직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이 경제계 쪽의 설명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영구적인 일자리(Permanent job)’와 ‘임시 일자리(Temporary job)’로 일자리를 구분하긴 하지만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라는 의미 대신 근로 형태가 다른 일자리라는 의미가 강하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임기를 보장받는 교수 등 일부 직업을 제외하고는 연봉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계약직 일자리가 일반적이지만 계약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적다.

이제 정규직, 비정규직의 문제로 보지 말고 사람의 문제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상일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미생(未生)은 말하고 있다. ‘우리’, ‘함께’라면 이 세상같이 살아갈 수 있다고...이제 201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2015년에는 ‘그래’ 장그래처럼 긍정적인 사고와 ‘상식’ 오상식처럼 상식이 통하는 그런 세상을 기대하며 인권운동연대 회원님께 새해 인사드립니다.
회원 여러분~~을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