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2-01 11:24
[71호] 회원글1 - 인권이란, 잘 자고 충분히 쉬는 것!
 글쓴이 : 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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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림 l 회 원 

한 장 남은 달력은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지요.
뭔가 마무리해야 할 듯한 조급함,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다는 다소의 안도감. 이것이 11월의 정조일 텐데요.

인디언들은 부족마다 1월부터 12월까지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붙여 부른다는데, 11월은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이라고 한답니다.
정희성 시인은 같은 제목의 시에서, “그대와 함께 한 빛나던 순간, 그 고운 빛깔의 추억이 남아있고, 그 추억이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그래서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아름답게 풀이하고 있지요.

양식을 갈무리하는 달, 새들이 남쪽으로 날아가는 달,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 이건 10월의 이름인데요. 지난 10월, 제가 회원으로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부모교육 시간에, 전성은 (전)거창고 교장선생님의 강의가 있었는데요. ‘정의’에 대한 그 분 말씀을 옮겨 볼께요.

“정의란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을 섬기고 배운 사람이 배우지 못한 사람을 섬기고 건강한 사람이 장애인을 섬기고 종교를 가진 사람이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을 섬기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아무리 나쁜 국민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먹고 배우고 약간의 쉼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사회다.”라는 것인데요. 즉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고 섬기는 것, 그것이 정의라는 의미겠지요.

그래서 정의란, “아빠가 엄마에게 커피를 타주는 것” 이라는 유쾌한 발언이 나옵니다. 가정에서 엄마가 꼭 약자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통례적으로 남성 대비 여성이 약자인 것은 맞는 것 같고, 평등이라는 지향성의 맥락에서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보면 정의가 아주 친근한 개념으로 다가오고, 인권의 뜻과도 겹쳐지는데요.

그래서 인권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도 이제는 추상과 이상에서 일상으로, 우리 모두의 것으로 보편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인권운동은 저기 누군가,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활동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이며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그런 것이지요. 말은 소박하지만, 뜻은 나름 거창한 과제라고나 할까요. 그리 되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고요. 한 해 우리 사업을 돌아보고 또 새로운 해를 위한 계획을 세울 때 고려해볼만 하지 않나 싶네요.
그러자면 대상과 주제의 다양화 그리고 확산이 일단 필요하다는 생각인데요. 저는 밤늦게까지 학원을 배회하며 불량식품 입에 물고 길거리를 헤매는 우리 아이들에게 수면권과 여가권을 돌려주는 것, 그런 운동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요. 어른들은, 그래도 너희는 청춘이라 눈부시다고 위로하지만, 글쎄요 그게 어떤 희망을 주는가는 잘 모르겠고, 그것보다는 잘 자고 충분히 쉬고 열심히 놀 권리부터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어른들도, 일하는 부모들도 마찬가지고요. 학교와 부모는 학생과 자녀가, 그리고 기업은 직원이, 잘 자고 잘 쉬도록 배려하는 것, 그렇게 문화를 바꾸고 조직의 구조를 전환하는 것, 그게 인권 아닐까요?

인디언들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 침묵하는 달, 무소유의 달”...이라 부른답니다. 부디 너무 시끄럽지 않고 평화롭게, 그 12월을 맞이하고 보내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