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10 14:22
[47호] 책소개 - 모두스 비벤디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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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l 인권독서모임 회원

어떤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전달 이전에 굉장히 거대하거나 굉장히 작은 물체들은 이를 인지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알기 쉬운 수준으로 정보를 변환하기 위해 장치나 개념들을 사용한다. 이런 장치와 개념들은 전략적으로 선택되며, 일종의 필터처럼 기능한다. 바우만이 거대한 사회를 압축하여 기술하기 위해 택한 개념은 유동성이다. 우리는 유동성을 중심으로 기술된 사회는 어떤 부분을 확대/축소하여 기존의 우리가 갖는 사회 인식과 어떻게 다르며 무엇을 드러내주는지? 주목하여 이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1. 유동하는 근대의 삶과 공포 (키워드 : 개방성, 공포)

필자는 먼저 거시적으로 개방성을 유발하는 지점과 과정들을 제시한다. 그는 개방성의 원인으로 정보화, 그리고 자본과 상품의 세계화를 들었다. 왜곡된 개방성은 불의의 주요 원인이며, 갈등과 폭력의 주원인이 된다.
국가의 방어 장치는 시장에 유린되고, 연대도 시장에 의해 약화된다. 결국 책임과 유인을 개인에게 지우는 양상이 나타나며 점점 파편화될 것이다. 결국, 궁극적으로 국가는 사회와 유리되어 이 공포의 원인인 유동성을 다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며, 왜곡된 개인주의의 강화는 연대마저 약화시킨다.

2 이동 중인 인류 (키워드 : 인간 쓰레기, 난민)

바우만은 자본주의가 수탈하고 남은 찌꺼기(땅, 일터, 공동체적 안전망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무리)를 인간쓰레기라고 지칭하며 현재의 문제는 인간쓰레기를 처리하는 산업
이 맞는 위기라고 말한다.
전쟁의 탈규제화는 지구화로 인해 나타난 가장 좋지 않은 결과 중 하나이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난민은 책임의 소재를 묻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난민들은 법의 밖에 위치 지어지고, 이러한 상태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3 국가, 민주주의 그리고 공포관리 (키워드 : 민주주의)
카스텔은 근대적 불안에서 나타나는 사태를 근대의 개인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대평가된 대부분의 개인들은 사실상 사실적 개인성이 보장되는 것이 결코 아니었고, 권리를 활용할 자원이 없었다. 이로 인해 역량 부족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이는 보편적이며 근대국가는 공포관리라는 과제를 갖는다. 근대국가가 개발목표로 내세우면서 추구한 '사회국가'의 핵심은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보호였다. 힘없는 이들에게 보호는 집단적이어야 했으며, 그리하여 보호는 국가차원에서 계획된 것이거나, '견고한' 국면의 근대에 만들어진 다른 대규모 구축물에서 진화한 것이다.

4장 생활공간의 분리
오늘날은 과거의 목적과 달리, 위험의 원천이 거의 완전히 도시로 옮겨 와 아예 정착했다고 할 수 있다. 정체불명의 이방인이나 나머지 주민들이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요소로 간주된 사람들은 게토처럼 분리, 격리된다. 이런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삶의 양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빈자는 지역에 천착하게 되고, 엘리트는 오히려 지역에 자유롭다. 이런 분리는 둘 간에 간격을 낳고, 이는 가장 중요한 '유동적' 단계로 이행한 근대의 사회, 문화, 정치적 변화일 것이다. 정치제도는 지역적으로 머무르고, 실제 권력은 전지구적인 공간에서 흘러 다닌다.

5장 불확실성 시대의 유토피아
유토피아의 탄생 조건에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우선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으며 철저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바로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강한 느낌, 그리고 '우리 인간은 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근대 이전에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사냥터지기의 자세 같았다면. 근대는 정원사의 마음가짐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유토피아의 몰락' 같은 류의 말이 자주 회자되는 것은 정원사의 태도가 사냥꾼의 자세에 자리를 내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사냥꾼의 사회에서 사는 것이 지옥처럼 느껴질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들이 고집스럽게 '지옥'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온갖 종류의 압력에 맞서 용감하게 싸워야만 할 것이라는 점이다.

마무리
각 장마다. 바우만의 문제인식들이 녹아있으며 이는 조밀한 블럭처럼 입체를 구성한다. 각 장은 하나 이상의 요소를 갖고 서로 이어진다. 물론 여기서 보여준 모습들이 진실 혹은 진실에 가까움을 입증 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논의를 골재로 진실, 진실 아닌 부분을 가려 삶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은 분명 이전보다는 진실에 가까워진 것일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