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0-21 17:15
[69호] 인권포커스- 한국 의료를 미국식으로 만들려는 6차투자활성화 대책
 글쓴이 : 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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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를 미국식으로 만들려는 6차 투자활성화대책
 
 김현주 l 의료영리화 저지 울산대책위 집행위원장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형병원과 대기업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돈벌이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어서 의료를 황금 시장으로 만들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작년 12월에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병원이 영리주식회사를 만들어서 건강식품· 화장품· 의료용품 및 의류 개발 및 판매, 水치료와 운동요법이라는 미명하에 목욕탕·수영장·헬스장 운영 그리고 임대업 등 각 종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많은 국민들이 의료민영화, 영리화를 가속화시키는 이 대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였지만 현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나아간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이하 6차 대책)’을 내놓으며 한국 의료를 미국식으로 몰고 가고 있다. 가히 의료민영화의 종합 판이라고 할 수 있는 ‘6차 대책’의 핵심 내용을 알아보자.
 
첫째,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허가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료법에는 ‘영리법인’이 병원을 설립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역대 정권들은 끊임없이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해왔지만 국민들의 반발에 막혀서 어렵게 되자 경제자유구역에만 설립하겠다고 꼼수를 부렸다. 지난 2002년에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될 때 내세웠던 명분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었다. 그리고 외국자본만이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아무런 진척이 없자 2004년에 내국인 진료로 범위가 넓어졌고, 2007년에는 국내 의료법인도 합작투자의 형태로 참여가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제는 규제를 더 풀어서 외국 의사를 10% 이상 고용하고 병원장 및 진료의사 결정기구의 50% 이상을 외국으로 두는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름만 ‘외국병원’이지 사실상 내국인 영리병원인 것이다.
또한 이 조치는 전국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왜냐하면 전국 8개 권역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이 우리나라 전체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올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 안된다는 점이다. 즉 우리나라에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생기게 된다는 뜻이고 이것은 머지않아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하고만 계약해야 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무너진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보험회사가 병원과 환자를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같은 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또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가 비싸진다. 영리병원의 목적이 말 그대로 영리 추구이기 때문에 의료비가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보건사업진흥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병상의 6.8% 가량만 영리병원으로 전환되어도 한 해 최고 2조2000억 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난다고 추정하였다.

둘째, ‘민영보험사와 병원 간 직불계약을 허용하고 외국인 환자 유치 행위 또한 허용하겠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민간 보험회사가 자기 회사에 가입되어 있는 환자를 특정 병원으로 유인·알선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리고 병원과 직접 계약해서 환자의 진료비를 심사하고 지불할 수 없다. 그런데 6차 대책은 민간 보험사가 특정 병원과 계약을 맺어서 자기 보험 가입자를 계약된 병원으로 보내고, 진료 내역도 직접 심사해서 진료비를 지불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민간보험회사가 환자와 병원의 갑이 되는 것이다. 환자는 자신이 가입한 민간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정 병원에만 가야하고, 병원은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려는 보험사의 심사 지침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민간보험이 의료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식 의료제도인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인 환자를 핑계로 도입하지만, 국내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 뿐 아니라 대학병원이 의료기술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 산하에 영리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한다고 한다. 또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았고 생명윤리 논란이 많은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개발 제한을 완화함으로써 수익추구를 위해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만드는 일까지 추진하려 하고 있다.
간단하게 살펴 본 것처럼 6차 대책이 시행되게 되면 전국민건강보험이 타격을 입게 되고 오로지 이윤 추구가 목적인 영리병원의 파급력으로 의료비가 폭등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