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7-28 09:31
[68호] 회원 글- 100세 시대 가족, 더 가깝고 덜 부담스러운?
 글쓴이 : 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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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림 l 회 원 

바야흐로 100세 시대,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100세 시대 연구도 매우 활성화되고 있는데요, 여러 자료들을 보면, 추측컨대, 100세 시대에는 결혼을 평균 2.5회 정도 한다 하고,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질 거라고 하지요.

지난 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빈곤율이 거의 50%, OECD 회원국 중 1위라 하니, 노인 분들에게는 100세 시대가 마냥 축복이지만은 않을 겁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이야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빈곤 질병 사회보장 외로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요. 또 오래 살다 보면 지금처럼 60세 혹은 65세 퇴직 자체가 생애주기와 전혀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삶의 횡적인 구조, 즉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는 지금보다 더 짧게, 그러나 종적으로는, 즉 인생 전체로 볼 때 더 길게 일하는 패턴이 자리 잡게 될 것인데, 그러자면 청년, 중장년 세대와의 일자리 경쟁과 갈등도 만만치 않을 터이니, 이를 잘 풀어내야 하겠지요.
제 개인적 생각에 100세 시대에는 노인 그리고 노동자의 인권문제가 그런 의미에서 지금보다 훨씬 부각될 것 같기도 합니다.

한편, 100세 시대 가족의 삶은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2)이 발표한 2030 가족 미래 시나리오 연구를 보면, 돌봄-불평등-가족가치의 세 가지 요소를 축으로 5가지 가족시나리오를 만들어 국민의식조사를 통해 미래 어떤 가족시나리오를 선호하는지 제시해 놓았는데요. 개인가치와 가족생활 경합, 가족생활 양극화,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 평등사회-불평등가족 공존, 가족부담 극대화, 이 5가지 시나리오 중‘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이 가장 부각되었다지요.
정서적으로는 더욱 가깝고도 밀착된 그러나 제도적으로는 덜 부담스러운, 그런 가족이 우세할 것이다 혹은 그래야 한다는 대중들의 의식이라고 해야겠지요. 하나의 제도로서 가족의 의미는 다소 쇠퇴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생활공동체로서 사랑을 주고받는 정서적 관계는 지금보다 더욱 부각될 거다, 이런 상상이 가능하지요. 이미 혼인율 감소, 이혼율 증가, 저출산 등은 우리 가족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증거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가족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으로 1인가구의 획기적 증가가 의미하는 바도 클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3일 국회 성평등연구정책포럼 주최,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 주관으로‘생활동반자관계법’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생활동반자 한 사람을 지정하여 몇 가지 혜택 혹은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고, (혼인관계와 상관없이) 동반자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이지요. 이미 프랑스에는‘공동생활약정(PACS)에 관한 법률', 독일에는‘생활동반자등록법이’있고요. 이 법에 대한 개인적 찬성 혹은 반대와는 별개로, 동거, 사실혼, 동성애(혼) 등에 대한 공론의 물길을 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 법에 대한 논의는, 제도적으로는 느슨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친밀한, 새로운 가족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겠고, 이는 100세 시대로 향하는 길의 불가피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네요.

여름의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더위에 지치고 무기력할 때지요.
이런 때 좋은 영화 한 편은 나름 활력소가 될 것 같군요. 영화‘그 해 여름’어떨지요. 젊고 멋있는 남녀배우의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라 20대의 사랑이야기라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첫사랑은, 40대, 50대 아니면 60대 혹은 그 이후에, 더욱 애틋하고 절절할 것 같아서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젊은 청춘의 영화가 아니라 더 나이 드신 분들에게 어울린다는, 나름의 역발상으로 추천해 봅니다. 누가 아나요, 영화를 보면서 또는 보고 나서, 이루지 못 한 첫사랑, 아직 잊지 못한 지나간 사랑의 기억으로 이 여름도 또 더위도 잠시 잊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는지.

아, 첫사랑도 또 기억나는 절절한 사랑도 없다고요? 너무 걱정 마세요. 김연수 작가는, 친절하게 이런 위로를 합니다.
“혹시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어본 일도 없이 늙어버렸대도 슬퍼하지 마세요.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라고요. 100세 시대라잖아요. 100세를 살다 보면 옆에 있는 오래된 사람이, 익숙하지만 설레임으로, 마치 새로운 사랑처럼 느껴질 지도, 인생 후반부에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이 시작될 지도. 우리의 삶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으로 더 다양해질 테니까요. 어차피 도래할 100세 시대, 피차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오래 살기 위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성숙함부터 준비해야 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