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10 14:12
[46호] 회원글 - 세계화의 고뇌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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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l 울산인권운동연대 상임대표

무적함대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4대0으로 이기고 유로컵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새벽 운동 길에 들었습니다. 지구 저편 멀리 유럽에서 유럽 국가들이 벌이는 축구 경기에 새벽잠 쫓으며 시청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데 놀라고, 국가대표 경기만 관심 갖는 맹목 국가주의가 시들어 감을 신선하게 느낍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는 8강에 진출한 나라들이고, 그리스를 제외한 세나라는 독일과 함께 4강을 이루고, 이들 나라는 유럽을 넘어 세계 축구 강국임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들 나라의 또 다른 공통점은 국가 부도 위기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일랜드와 함께 유로존 위기의 핵심국가들입니다. 이 위기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독일까지 치면 유로2012는 위기 속의 잔치입니다. 나름 축구와 경제의 연관성을 의미 있게 보지 않지만 이번엔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독일과 그리스의 8강전은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채무국과 채권국의 경기로 축구외적 상황과 맞물려 세계의 관심 속에 치러졌습니다.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경제계와 투자자들의 이목까지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경기가 독일이 이겨서 다행이라는 소리가 경제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는 사실은 나를 서글프게 합니다. 그 와중에도 그리스는 2차 총선을 치루는 등 혼란스런 상황입니다.

유로존 경제규모 2%에 불과한 그리스의 상황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유럽을 넘어 세계경제의 화약이 된 듯합니다. 이를 빌미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우리나라 얼치기 보수들은 그리스가 복지정책으로 제정을 탕진한 결과라고 뜬금없는 소리하기도 합니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성장과 안정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스웨덴이나 덴마크, 독일 등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는 유럽 기준으로 가장 빈약한 사회복지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사회복지제도는 복지 강국인 북유럽 국가들의 모델과는 크게 다르고, 오히려 한국이나 미국 같은 복지 후진국의 모델과 닮았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인들은 게으르지 않아서 노동시간도 OECD국가 중 세계 최장인 한국 다음으로 깁니다. 굳이 이유를 찾는 다면 유로존의 태생적 한계- 산업생산성의 차이 등을 간과한 체 단일 통화로 인한 내부 경쟁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 -에 있습니다. 또한 자본 유동성 문제로 나타나는 금융위기의 본질에 있습니다. 요즘 세계경제의 위기는 금융위기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아시아 남미 미국 이제 유럽, 이렇게 지역을 옮겨 가면서 금융위기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각 나라의 서민입니다. 피해자가 있으니 이익을 보는 수혜자도 당연히 있게 마련입니다. 초국적 금융자본은 금융위기의 발생과 해결과정에서 불가분의 역할을 합니다. 과정과 역할에서 이익만이 존재합니다. 초국적 금융자본의 실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미 독점금융자본가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세계경제는 세계화 ? 자유화의 기치 아래 하나인 척 합니다. 불황 주기가 빨라졌다느니, 자유무역이 대세니 하며 정세분석과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신자유주의 망령을 몰아내기란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유로존의 위기에 세계 경제가 휘청한다고 아우성이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충격의 강도가 매우 클 것이란 예상입니다. 안 그래도 심화되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현상에 우리 서민들의 느끼는 위기의 체감도는 더욱 높을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물질적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소비를 위한 소득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영혼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소유를 위한 경쟁은 혈투를 벌이는 투견장에 비견됩니다. 결국 소유하지도 못한 체 피만 흘린 꼴입니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유로2012 열광에 묻혀 가기를 기대하면서 금융자본의 탐욕을 깨부술 지혜를 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