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03 15:37
[63호] 회원 글 - 2014년 태백산 눈꽃산행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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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태백산 눈꽃산행


황종빈 l 회원


몇 주 전부터 눈꽃산행에 대한 안내메일이 있었지만 게으른 탓에 내용만 가볍게 일별한 후 출력해서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다가 3~4일 전에야 전에 가본 적이 있다는 대학원동문에게 전화해서 힘든 코스는 아닌지, 준비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등을 알아보았지만 갑작스러운 동해안지역의 폭설로 위험할 거란 염려와 현지정보 확인이 필수라는 말을 들었다. 집사람에게는 소백산이 아닌 태백산 눈꽃산행인데 태백산이 충북 어딘가에 있고 산도 험하지 않으니 걱정 없다고 이야기한 후, 뒤늦게 10만원의 회비송금 후에 배낭을 꾸리게 되었다.
집결시간이 오전10시라 시간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2.15(토)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렸는데, 전날 머릿속에 기억시켜 놓은 여러 가지 준비물 중에서 용량의 한계로 조금만 휴대용 랜턴을 빠뜨렸다. 집행부에서 일러준 대로 아이젠, 스패츠, 헤드랜턴 외에 장갑, 여분의 바지 및 바람막이, 양말, 셔츠, 세면도구, 새로 구입한 반합, 연양갱 6개, 수통, 스틱, 가스버너, 가스 등을 넣으니 배낭이 거의 찼다.
시계를 보니 9시 30분 집사람에게 차로 태워줄 것을 부탁하고, 태화강역으로 달려 도착해보니 안미경 선생, 이승웅 세무사님, 이섬균씨 등이 보인다. 딴 분들은 약간 늦게 오시나 했더니 오문완 교수님, 강혜련 의원, 황일용 선생, 박영철 국장 등이 와서 대합실에서 섹스폰 연주도 보면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어 탑승장으로 이동해 기차를 기다리는데 김동한 선생 부자와 마지막으로 원청 선생이 도착했다.
김동한 선생과 원청 선생은 차를 가져온 관계로 서로 주차를 어떻게 잘 했는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중에 원청 선생의 주차는 문제가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태화강역 정문 앞 횡단보도에 세워놓았는데 거기가 택시영업장소였던 것이다. 문제가 됐을 즈음에는 이미 우리는 기차를 타고 태백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중간 중간 택시기사의 전화가 있었고, 나중에는 파출소에도 민원을 제기했는지 순경으로부터 전화도 받았지만 어떻게 조치할 수가 없어 미안하다는 이야기와 내려가면 조치하겠다는 궁색한 설명만 되풀이하다가 점심도시락을 먹고 난 이후부터는 더 이상 전화가 없었다.
차창 밖을 보니 울산과 경주 영천까지는 눈이 보이는데 그 위로는 눈이 안보였다. 아마 내륙이라 눈이 오지 않은 모양이고 강원도 근처로 오니 철로가 깊은 골짜기로 들어서면서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맥주와 점심도시락을 먹고 여행의 즐거움을 대화로 풀면서 어느새 든 잠을 깨어보니 태백이라는 강원도 땅이었다.
철암역에서 내려 택시를 불러 숙소로 이동하는데 2대까지는 금방오고 세 번째 택시는 2~30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타고 갈 수 있었다. 우리가 탄 택시기사는 태백이 고향이라 음식 잘하는 곳과 포장마차 등을 소개해 주고, 전 태백시장의 잘못된 행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줬다.
숙소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방을 배정한 후 쉴 사람과 석탄박물관 탐방 팀으로 나누었는데 나, 원청씨, 황일용씨, 안미경 선생, 강혜련 의원 4명이 탐방 팀이 되어 박물관으로 향했다. 생계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가장의 안전한 귀가를 기원하는 풍습(신발을 안으로 놓는다)이 마음을 짠하게 했다.
40분정도에 걸쳐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려는 순간 휴식팀(오문완 교수님, 박영철 국장, 김동한 선생 등)이 식사장소 답사를 간다는 연락이 왔고, 우리가 숙소에 도착한 후 연락해보니 돼지식당이라는 곳에 계신다 해서 그곳으로 달려가 저녁식사가 아닌 맛있는 삼겹살과 태백의 소주, ‘처음처럼’을 반주로 배불리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낮에 사뒀던 맥주가 동이 나서 김동한 선생이 사온 맥주와 여러 병의 큰 소주병, 포장마차에서 사온 전병, 오리볶음 등으로 다시 만찬을 즐긴 후에 민박집 주인말로는 보일러 문제로 냉골인 3층 큰방과, 추가로 얻은 2층 방 2개에서 내일의 새벽 일출산행을 위해 일찍, 밤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누군가의 모닝콜 소리에 놀라 일어나 보니 새벽 4시, 다들 준비하고 숙소를 나서니 4시30분, 태백산 입구의 온도계를 보니 영하 7도, 깜깜한 밤하늘에는 대보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밝은 달, 대지는 은색의 눈으로 반짝이고 허공은 내뿜는 숨으로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매표소에서 조금 더올라가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다들 아이젠을 찼다.
후미에서 따라 올라가는데 앞서가던 원청 선생이 땅에서 무엇을 주어 나에게 주며 ‘우리팀 것은 아니겠죠’ 한다. 손에 받고 보니 아이젠 한쪽이다. 조금 더 가다보니 우리 일행인 강혜련 의원이 신발느낌이 이상하다며 체크하고 있다. 곧이어 박영철 국장이 ‘아니 한쪽 아이젠이 없잖아요!’ 하길래 얼른 ‘이건가요’, 하며 내밀었더니 ‘맞다’고 하며 다시 아이젠을 차고 산행을 계속한다.


추운 날씨와 어제의 과음으로 산행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코스가 생각했던 것 보다 험하지 않다. 깜깜한 새벽이라 달빛, 눈빛 그리고 랜턴에 의지해서 가다 보니 어느새 주위가 밝아온다. 아차 일출이 시작되었구나 하며 계속 가는데 하산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도 일출을 못 보는구나 생각하며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정상에 올라보니 많은 사람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동쪽으로 구름이 조금 있고 붉은 기운이 점차 더해지고 있어 일출이 끝나서 되겠나 하며 동쪽을 보는데 어느새 밤톨 머리 같은 둥근 해의 첫 부분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바람은 없었지만 영하 10도 이상의 태백산정상에서 휴대폰을 얼른 꺼내 일출장면을 계속 찍었다. 난생 처음 산에서 일출을 본 것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하는데 뒤에 오던 안미경 선생과 박영철 국장을 만났는데 안미경 선생이 거의 탈진직전이라 갖고 있던 연양갱을 몇 개 나누어 주고 하산을 시작, 잠시 뒤 망경사에서 각자 가져간 컵라면을 일부는 따뜻한 물에 끓여서, 나와 원청 선생은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먹은 후 하산을 계속하여 설국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10시쯤 숙소에 가서는 아침이 시원찮아서 있던 라면을 끓여서 허기를 면하려 했는데, 라면에는 소주가 있어야 한다는 오문완 교수님의 말씀에 다시 판이 시작되었고, 있던 소주, 맥주, 음식들을 모두 처리한 후 1시쯤 걸어 내려가 ‘무쇠곤드레 비빔밥’집에 가서 ‘처음봤으니 처음처럼을 마셔야 된다’는 말에 따라 반주를 먹는 사이 우연찮게 법대 대학원 동창(김동필 선생)이 가족과 함께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 식비까지 계산을 하는 바람에 정말 맛있는 곤드레비빔밥을 먹은 후 택시를 불러 철암역으로 이동, 일부는 기차역 옆에 있는 식당에서 들어가고, 나머지는 대합실에서 30분정도 기다린 후 기차에 탑승, 지친 몸을 의자에 눕힌 후 휴식을 취하며 태화강역으로 출발했다.
오는 기차에서는 지친 몸을 위해 잠으로 피로를 풀며 조용히 태백산 일출의 감격을 음미하며 왔다. 오후 8시경에 태화강역에 도착하여 저녁을 돼지국밥을 먹기로 하여 몇 명이 먼저 가고, 나와 몇 명은 원청씨가 주차해놓은 장소에서 수평 이동되어 없어진 차를 찾아 식당으로 이동, 국밥과 함께 식사 후 각자 집으로 이동하여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거리 여행을 내가 운전하지 않고 온전히 즐긴 것은 학창시절이후 처음이라 기차여행이 너무 좋다는 생각과 태백산정상에서 기원했던 일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눈꽃산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