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5:38
[61호] 인턴일지 - 인턴을 마치며...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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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을 마치며...




최진석 l 3기 인턴




길게만 느껴졌던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인턴수료증을 받은 마지막 날.
사무국을 나와 인권연대 간판을 바라보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인턴 활동을 하는 동안, 저한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처음 인턴 신청을 했을 때는 인권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인턴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영어 공부에 열중하자!’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오로지 저만의 이익을 위해 인턴을 신청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턴을 하기 전에는 무엇이든지 제 생활이 우선 이였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인턴을 하면서 인권연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저와는 다르게 자신의 생활, 여가들을 다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모습에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표님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항상 밀양으로 내려가서 밀양 주민들을 위해 인권 감시단 활동을 하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밀양에 가고 싶지 않았던 저를 일부러 밀양으로 데려가 직접 현장의 상황과 마주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인턴 생활에 대한 소감문이기도 하지만, 인권연대 인턴을 하면서 저한테 생긴 긍정적인 변화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은 인권학교 강좌를 마치고 회식을 하는데 최성호 선배님께서 예의바른 것도 좋지만 너무 자신을 낮추는 것보다는 건방지게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하셔서 살짝 건방지게(?) 저 자랑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군 전역을 하고 2학년에 복학하면서 인권연대 인턴을 하기 전까지 정말 성적만 바라보고, 스펙만 생각하며 기를 쓰고 공부만 했습니다. 대외활동을 해도 스펙을 위한 활동이였구요.
1학년 때 공부를 너무 안 해서 성적 관리를 못했던 것이 죄책감으로 남아서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겼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만족할 만한 등수에 들었을 때, 그 때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성적을 확인하자마자 정말 기쁠 줄 알았는데, 무미건조하게 ‘다행이다’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저가 인권연대에 인턴을 신청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다른 것이 없을까.’, ‘진심으로 행동할 만한 것이 없을까.’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인권연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인권연대 인턴을 하게 되어 근무를 하게 되면서 저한테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어요. 그 중에서 저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를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인턴을 하기 전에는 저가 불편하지 않으면 주변 환경에 대해서 고치려는 생각도 없었고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북구인권증진 기본계획 수립에도 참여하고 인권교육에도 따라가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인권감수성이 생겼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는 세상이 달리 보이게 되더라고요. 그 후 부터는 어느 곳을 가도 ‘이렇게 턱이 높으면 몸이 불편한 분들은 쉽게 다닐 수 없을 텐데’,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는 위로 올라갈 수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태화강 십리대밭 공원에 운동을 나가게 되었는데 저 앞에 떡하니 장애인 이용 가능이라는 픽토그램이 붙어있는데 화장실 입구에는 작은 말뚝을 박아 놓았더라고요. 대충 봐도 10cm는 넘어 보이는 겁니다. 예전 같았으면 제가 지나갈 수 있기만 하면 아무런 관심조차 없었겠지만(실제로도 십리대밭 공원이 생길 때부터 말뚝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권연대 인턴으로써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바로 사진 촬영을 해서 민원 의뢰를 했죠. 그런데 답변이 정말 가관 이였습니다. 화장실 앞의 산책로 토사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말뚝을 박아놨다는 것입니다. 저는 태화강관리단이 휠체어 이용자가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보다 토사 유실 방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민원을 넣은 후 다행히 말뚝은 없어졌지만 울산에서 유명한 십리대밭 공원에 이런 부당함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예전부터 말뚝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인턴을 하고나서야 고치려고 했던 저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화장실을 많은 분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겠죠? 어떻게 보면 민원 하나 넣는 자그마한 행동이지만 저한테는 인권에 다가서는 큰 발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연대 인턴을 하면서 제가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지나고나니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이렇게 많은 분들을 만나 뵙게 되면서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항상 말수도 적고 붙임성도 없는 저를 왜 좋아해주시나 의문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의 인턴 활동은 끝났기 때문에 내년부터 인권연대에는 다른 대학생이 지키고 있겠죠. 더 이상은 예전처럼 자주 뵐 수 없겠지만 여러분들과의 인연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인권연대의 반 발자국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럼 내년 인권마라톤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