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상여가 나간다
용석록
‘월성’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양북면, 감포읍 등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 지역은 1955년 경주읍이 시로 승격하면서 경주군 명칭을 월성군으로 바꾸어 불렀다. 지금은 월성 핵발전소는 있지만, 월성군이라는 이름은 없다.
세 개 마을 가운데 ‘양남면’ 연혁을 살펴보면, 장아(長阿)라는 마을은 석탈해 왕이 장성하기까지 자라던 언덕이라고 하여 장아라 하는데 이 마을은 월성 핵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헐리었다.
모포 마을은 보리밭이 많고 앞은 포구가 있으며, 마을 뒤에 작은 고개가 있어 보리개라고 부르다가 월성 핵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헐리었다.
울산에 사는 나는 경주 감은사지 석탑을 보러 자주 갔는데, 5월이면 등나무꽃이 흐드러졌고 월성핵발전소 뒤쪽 고개를 넘어서 감포로 넘어갔다. 그 고갯길이 있던 산속에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들어서면서 ‘핵 무덤’이 되었고, 고갯길도 없어지고 말았다. 지금은 그 산을 우회한 터널이 뚫렸다.
양남면 나아리에 가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한국수력원자력 앞으로 ‘상여’가 나간다. 상여 시위는 주민들이 핵발전소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면서, 사업자인 한수원에 이주를 요구하는 시위다. 실제 나아리 쪽은 땅이 잘 팔리지 않고, 집이나 가게도 매매가 어렵다. 핵발전소가 너무 가까워서다. 나아리 주민들 소변검사를 했더니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가 검사자 모두에게서 발견되었다.
“핵을 먹고 일하다 보니 그런가, 원전 생기고 사람들이 병이 많이 생겼어”라는 말은, 동네에 암에 걸린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 중에 나왔다. 사업자는 삼중수소가 기준치 이하의 극미량이라면서 주민들의 암 발병과 발전소는 관련 없다고 주장한다.
월성핵발전소에서 914m만 벗어나면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2014년 8월부터 벌써 10년 넘게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바닷가를 끼고 보통은 땅값이 오르는데, 핵발전소 돔이 보이는 곳은 상가도 흉물처럼 빈 곳이 많다. 재산상의 피해와 건강상의 피해를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고 있다.
문화유산의 도시 ‘경주’는 ‘원자력 백화점’이다. 핵발전소와 중저준위 방폐장이 있고, 다른 발전소와 달리 고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건식 저장시설’도 있다. 거기다가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로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토함산 너머 바닷가 쪽에 몰려 있다. 유배지가 따로 없다. 거기다가 중수로형인 월성핵발전소는 삼중수소 배출량이 경수로형보다 10배나 많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핵발전소 월성 2,3,4호기 수명연장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월성핵발전소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수조가 부식돼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직 그 대책을 다 세우지도 못하고 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갑상선암에 걸린 주민들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는지 궁금하다. 바닷가 아름다운 마을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더니, 전기는 모두 수도권으로 보내고, 마을에는 방사성 물질과 핵폐기물이 쌓이고 있는 월성. 우리는 이렇게 망가져 가는 마을을 내버려 두고도 잘 살 수 있을까.
3월 11일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4년 되는 날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오염수가 지금도 발생하는 현재진행형의 사고다. 우리 주변에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도 핵발전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서울과 수도권 등 핵발전소가 보이지 않는 지역이더라도 핵발전 멈추자는 목소리를 곳곳에서 내주길 간절히 바란다. 꽃이 피고 삶은 이어지는데, 핵발전을 계속하는 한 방사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진 여파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습니다. 한국에선 현재 6개 발전소에서 24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입니다. 지난달 정부는 2038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새로 짓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습니다.
# 이 글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14주년(2025.03.11.)을 맞아,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주민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기고[핵발전소 지역의 목소리③]로 경향신문에 게재(2025.03.12.)된 글을 공유합니다.
※ 용석록 님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대외협력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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