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31 16:47
[195호] 시선 둘 - ‘숙명 같은 교안 구성 작업에서 운명처럼 인권 동그라미를 만나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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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같은 교안 구성 작업에서 운명처럼 인권 동그라미를 만나다’
- ⟪동그라미 인권⟫과 함께 한 2025년 교안 구성 활동 -

장수진


강의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인권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열에 여덟 정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권리’라고 반사적으로 답을 한다. 보통 ‘사람의 권리’ 정도로 인식되는 인권은 사실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인권은 소소하게 발생하는 개인들 간의 갈등에서부터 전 인류의 공통적인 문제들까지 그 영역이 매우 넓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와 제도,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사회환경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해서 절대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 역시 인권이 ‘사람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거의 모든 것들이 인권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하고 있으므로 인권은 그 자체가 인간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 모든 사람의 존엄한 삶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말하고, 더불어 그것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나누고, 더 나아가 구조와 제도를 해부하고 역사와 문화를 창조하는 이 마법 같은 일을 함에 있어 그에 대한 무게와 책임감은 항상 그림자처럼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은 인권에 대한, 인권을 위한, 인권을 통한 교육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의 숙명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그 숙명 같은 고민은 매년 교안을 구성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올해 교안 구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무슨 이야기하는 것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히고설킨 이 상호의존적 권리들을 끊어내지 않고 연결고리가 잘 보이게 풀어낼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하는 것이 메마른 인권 대지에 촉촉하게 인권 감수성의 촉이 내리게 할 수 있을까? 백만 가지 고민이 들 때쯤 우리의 숙명의 동지인 인권운동연대 교육센터의 그녀가 추천한 책 한 권을 받아서 들었다.
‘동그라미 인권…. 저자는 노을이?’ 두 가지의 궁금증이 생겨났다. 먼저 노을이라는 사람의 정체? 가 궁금했는데 검색을 통해 그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인권에 대해 고민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느 정도 신뢰를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궁금증이 든 또 하나는 인권을 왜 동그라미라고 했을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동그라미에 대해 인권의 속성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며 그냥 인권을 설명하는 데 유용함을 가지기 위해 선택한 비유의 단어라고 말한다. 사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다른 도형에 비해 동그라미가 뭔가 긍정적이고 익숙한 느낌이 나기 때문에 인권을 비유하기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되었다.
지구도 둥글고, 꽉 찬 달도 둥글고, 강강술래 할 때도 둥글게 원을 그리며 하고. 원은 뭔가 보편적이고 화합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부족함이 없으며 공정해 보이기도 한다.

저자 역시 약간은 그런 의도를 담은 것이 아닐까? 내 맘대로 추측해 보았다.
어떻게 보면, 같은 숙명의 동지라 할 수 있는 저자의 책을 읽으며 나 역시 했던 고민에 대해 공감되어 반갑기도 했지만, 선구자의 지식과 내공에 대한 감탄도 많이 했던 거 같다.
페이지마다 연필로 그어 놓은 줄들이 얼마나 많던지 완독 후 내용을 정리하며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A4용지 10페이지가 가득 채워졌다. ‘도대체 쓸데없이 무슨 줄을 이렇게나 많이 그은 거야!’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버릴 것이 없는 중요한 내용들이 많았다는 것으로 정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책 내용이 풍성했던 만큼 우리의 토론 역시 상당히 다채로웠다. 학년에 따라 팀을 나누어 시작된 교안 구성 작업에서 우리의 대화는 누구 한 사람 빠짐없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고 존엄하다.’라는 문장 속 어마어마한 것들을 마주하며 걸어나 간 우리의 대화에 대해 나는 상당히 치열하면서도 또 따뜻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토론들이 우리가 교안 구성을 하는 데 있어 단단한 토대를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다. 그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에게 의존하며 교안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함께 교안 구성하는 작업은 그 자체가 인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권의 핵심이 되는 모든 사람의 자유, 존엄, 평등은 누군가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주체가 되어 자기 목소리로 참여할 때 가능한 것이다. 각자의 경험이 다 다르듯 그 주제는 다채로워야 할 것이며, 그들의 차이가 편안하게 드러나는 광장에서 함께 세상을 읽어나가는 과정이 필수이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삶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존엄’이라는 인권의 근본이 우리의 나침반에 새겨진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는 항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 필요하다. 바로 그 마법의 주문이 인권 동그라미이다.

인권 동그라미는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동그라미 안 인권의 땅이자 우리가 함께 늘 고민해야 할 운명을 품고 있는 땅이다.
그 동그라미 안에 누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오늘도 질문과 고민을 한다.
그 동그라미 안에 둥근 지구의 모든 사람이 담기길 바라고. 꽉 찬 보름달처럼 인간의 권리가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그를 위해 나는 강강술래 하듯 우리의 숙명의 동지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희망을 품는다.


※ 장수진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교육센터 강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