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 4년 차를 마주하며
편집위원회
4년 전(2021년 2월 1일)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일으킨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는 2024년 12월 3일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미얀마는 반군부 투쟁이 무장투쟁으로 전환되면서 내전이 지속되고 있고, 한국은 ‘총성 없는 정치적 내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박은홍 성공회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얀마 봄의 혁명 4년 기념 토론회’에서 "4년 전 미얀마처럼 쿠데타 세력에게 놓일 뻔한 대한민국이 미얀마 봄의 혁명과 연대하는 길은 이번 쿠데타 기도 세력들이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도록 해 지구상에 어떠한 유형의 쿠데타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력을 동원한 권력 탈취의 쿠데타 시도라는 점에서 한국의 12월 3일과 미얀마의 2월 1일은 유사하다. 정치적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며 4년째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돌아본다.
# 군부 쿠데타와 시민불복종 운동
1962년 이후 군사정권 하에 있던 미얀마는 2011년부터 시작된 민주화 운동을 통해 2015년 자유로운 선거가 이루어진다.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아웅산 수치의 국가민주연맹(NLD)은 정치적 자유를 확대하는 등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려 했으나 군부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군부는 2021년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다. 명분은 2020년 11월 총선에서의 부정선거 의혹이었다. 쿠데타 후 군부는 아웅산 수치와 NLD 지도부 및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구금하고, 미얀마의 새로운 군사정권을 세운다.
군부 쿠데타 이후 시민들은 민주적인 정부 복귀를 요구하며 미얀마 전역에서 시민 불복종 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 및 대규모 반군부 시위를 전개한다. 군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군부에 협력하지 않는 시민불복종운동, CDM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규모 운동이다. 의사, 교사, 경찰 등 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군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공무원들도 업무를 거부하는 등 군부에 대한 불복종을 표현했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벌이며 경제활동을 중단하거나 제한했다. CDM은 군부와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하고자 하는 비폭력운동으로 진행되었다.
CDM와 병행하여 반군부 대규모 거리 시위도 진행되었다. 쿠데타 발생 일주일이 지난 2월 6일 시위에는 미얀마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하였다. 네피도, 양곤, 만달레이 등 주요 도시의 대규모 행진에는 노동자, 농민, 여성,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사회적 계층이 참여했다.
# 군부의 폭력적 진압과 인권침해
경찰과 군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한 군부는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사하는 등 무력으로 진압한다. 2021년 3월 3일 ‘피의 일요일’에는 수십 명의 시위자가 총격에 사망했으며 이후 군부의 총격과 폭행으로 다친 시위자는 수천 명에 달한다. 체포된 정치인과 활동가 및 시위자들은 수개월 동안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일부는 구금된 상태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하였다. 군부에 의해 강제 실종된 것이다. 여성 시위자들은 성적 폭력과 차별을 포함한 여러형태의 폭력에 직면하였다. 군부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강간, 구금 중 성적 학대 등 고통을 안겼다. 군부는 의료시스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의도적으로 의료기관을 공격하고, 의사들을 구금하며 치료 활동을 방해했다. 이에 따라 부상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였고, 치료 시기를 놓친 많은 사람이 사망하기도 했다.
내전이 격화되면서 난민도 크게 늘었다. 유엔은 미얀마 난민의 규모를 3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권단체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정치범으로 체포된 사람은 2024년 1월 기준 2만8,390명이며, 이중 2만1,668명이 구금상태다.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어린이 709명, 여성 1,384명을 포함하여 6,231명이다.
쿠데타 이후 이어진 혼란과 물가 상승, 통화가치 하락, 전력·노동력 부족 등으로 경제는 파탄 위기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미얀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B는 “올해 선거를 앞두고 분쟁이 더욱 격화하거나 홍수 등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혼란이 커져 국민을 깊은 빈곤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내전으로 인한 치안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미얀마는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이 됐으며, 보이스 피싱, 로멘스 스캠(연애빙자사기) 등 국제 온라인 사기 조직이 몰려들면서 범죄 온상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 기약 없는 사태 해결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미얀마는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과 각 지역 소수민족 무장 단체들의 거센 저항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군부의 대응으로 심각한 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NUG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 330개 타운십(구) 가운데 144곳을 저항 세력이 통제하고 있고,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곳은 107곳이며, 나머지 79곳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군사 쿠데타 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31일 ‘국가비상사태 6개월 연장’을 발표했다. 군부는 2021년 2월 1일 이후 국가비상사태 연장을 거듭하면서 군부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군부는 총선을 치르겠다는 약속을 해왔지만, 국가비상사태에서 총선을 치를 수 없다. 민 아웅 홀라잉 최고사령관 역시 “평화와 안정이 여전히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는 등 선거에 적극적이지 않다. 민주진영 역시 비상사태하에서 실시되는 선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선거를 통한 해결은 요원하다.
지난 2월 13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법원은 로힝야 집단 학살과 관련해 미얀마 군부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등 장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미얀마로힝야단체는 인도주의에 반한 죄 등의 국제범죄의 원칙인 ‘보편적 재판관할권’에 따라 2019년 아르헨티나 법원에 소송을 냈었다.
‘현지 언론 <킷딧 미디어>는 “이번 체포영장은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에 전달될 가능성이 있고, 국제형사경찰기구 가입국 196개국에서 ‘적색 수배령’이 내려지면 민 아웅 흘라잉과 장교들이 아르헨티나 법정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 마무리하며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개입과 해결, 노력 없이는 미얀마에 ‘민주주의의 꽃’은 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미얀마 국민의 고통은 오랜 기간 더 지속될 것 같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상황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미얀마 국민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지난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에 있는 미얀마 출신 활동가와 이주노동자들 역시 전국 곳곳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응원과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주자.
# 울산에서 울리는 미얀마 봄혁명~~~
울산에서도 매월 네 번째 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롯데백화점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 알아두기 : 미얀마 시위의 특징
1. 세 손가락 경례
일반적인 경례와 달리 검지, 중지, 약지만을 펼치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붙여서 하는 경례로 영어권에서는 Tree-finger salute라고 한다. 보이스카우트에서도 사용하는 경례법으로 삼지례라고 부른다.
이 세손가락 경례는 미얀마와 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검지, 중지, 약지를 편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드는 형태의 경례방식으로 민주주의의 삼권분립과 자유, 민주주의, 선거를 의미하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2. 시위 현장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시민들
미얀마에서 가재도구를 두드리는 것을 ‘딴봉띠’라고 부른다. 딴은 쇠덩어리, 봉은 형태, 띠는 두드린다는 의미로 쇠덩어리로 된 물건을 두드리는 풍습이다. ‘딴봉띠’는 악귀를 쫓아내기 위한 민간 신앙의 일종이다. 군부를 악귀로 보고 군부 타도를 위해 시위현장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것이다.
3. 시위현장에 여성 치마가 걸려있는 모습
“여성의 속옷 밑을 지나지 마라”는 미얀마 속담이 있다. 여자의 속옷 밑을 지나가면 남자의 정기(=퐁)이 사라진다고 믿는 문화가 있다. 군부의 군인들은 남자들이기 때문에 치마를 걸어 놓으면 그 밑을 지나가길 꺼려한다. 그래서 치마가 걸려있으면 지나가기 전에 치마가 널린 줄을 먼저 걷는다고 한다.
4. 22222 시위
미얀마에서는 어떤 숫자가 겹치는 날은 상당히 길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2월 22일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샤머니즘의 힘을 빌려서라도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싶은 시민들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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