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2-27 11:31
[192호] 여는 글 - 새해를 기다리며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193  

새해를 기다리며

오문완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크리스마스는 즐겁게, 새해는 행복하게 맞이하라는 바램이 가득 담긴 인사 드립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한 주만 기다리면, 아 기다리 고 기다리 던 크리스마스입니다. 즐겁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새해는 행복 가득하시구요. 말에는 힘이 있어 말한 대로 이루어진답니다. 제발 그렇게 되기 바랍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평소에는 담을 쌓던) 교수신문을 찾아봅니다. <올해의 사자성어>가 궁금해서요. ‘교수신문’은 이달 9일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올 한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를 추천받은 결과 41.4%(450표)가 ‘도량발호’를 꼽았다고 밝혔답니다. ‘도량’은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이라는 뜻으로 ‘한서’, ‘장자’ 등에 쓰였고, ‘후한서’에 등장하는 ‘발호’는 권력을 남용해 전횡을 일삼는 장군을 비판할 때 쓰였다네요. 도량발호는 이 둘을 합친 말로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라는 뜻입니다. 제 말씀을 드리기보다는 교수신문을 베끼는 게 나을 것 같아 계속 전해 드립니다.

정태연 교수는 “그 최악의 사례가 12월 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느닷없이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이런 무도한 발상과 야만적 행위가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50대 교수(공학)는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인데, 자신과 가족의 안위에만 권력을 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분개한다”고 지적했고, 다른 50대 교수(정치학)는 비상계엄 선포를 들어 “국민의 일상과 안녕을 위협에 빠뜨리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점이 도량발호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 2위로 꼽힌 사자성어는 ‘후안무치’(28.3%)로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3위(18.5%)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뜻의 ‘석서위려’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이 타오르고 국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던 2016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듬해 2017년에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새 정부가 적폐청산에 나섰다는 점을 들어,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여기까지가 세밑 분위기입니다. 새해에는 달라지겠지요.(달라져야 되구요.) 내년은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이고, 나무위키에 따르면 1936년(44²)에 이어 89년만에 돌아오는 제곱수(45²) 연도라네요.[이게 무슨 의미인지? 저는 모르는데 무언가 의미가 있으니 굳이 설명해 놓았겠지요. 아시는 분 연락 주세요. 후사(厚謝)합니다. 어떻게?] 내년 추석은 임시공휴일이 끼게 되면 열흘 연휴라니 굉장하군요. 이것만 해도 좋은 소식, Good News!

(제가 믿는) 가톨릭 교회 전례력으로는 제3 천년 기의 첫 번째 정기 희년(禧年)입니다. 희년은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희년을 공식 선포하며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두려움과 낙담으로 얼룩진 세계에서 기쁘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2025년 희년은 2024년 12월 24일에 시작하여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끝날 예정인데, 공식 표어는 희망의 순례자들(Peregrinantes In Spem)이랍니다. 올 크리스마스 이브는 희망으로 시작할 수 있겠네요. 이 또한 기쁜 소식!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가 된답니다. 노인이 인구의 20%를 넘어선다는 뜻이지요. 이게 경제적으로는 엄청난 부담이지만, 그만큼 성숙한 사회가 된다는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노인인 저로서는 ‘성숙’에 한 표) 이 소식이 굿뉴스인지는 판단을 보류하겠습니다. 굿뉴스로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일지도 모르겠군요.
정치는 많이 변해 있겠지요. 우선 현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대통령이 등장할 겁니다. 이분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실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제왕(帝王)적’ 대통령제라는 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요. 민주주의에 걸맞는 대통령제로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고 봅니다. 체제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데 새해에는 제도의 정비가 어느 정도는 되리라 믿습니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黨利黨略)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를 위한 정치를 펴기 바랍니다.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어렵기는 하지만요.)
새해, 기쁘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눕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희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도종환의 <덕담> 중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는 ‘나눕니다’로, 절망은 희망으로 바꿔 노래합니다.)


※ 오문완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연구소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