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2-27 11:14
[192호] 인권포커스 - 12·3 계엄은 내란인가? _ 헌법으로 살펴보는 12·3 계엄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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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은 내란인가?

- 헌법으로 살펴보는 12·3 계엄 -

편집위


# 계엄은 언제 선포할 수 있는가?


계엄은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중 가장 강력합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행정수반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한 사람의 결단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한번에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계엄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권한입니다. 헌법 제77조 1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계엄법상 요건은 헌법보다 더 엄격합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되어 있습니다. 2010년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 주석서>에는 “행정만 현저히 수행이 곤란한 경우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못하고 .... 전시라 해도 행정 및 사법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이상 당연히 비상계엄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은 외국과 교전상태(전시)가 아니었습니다. 무장반란집단의 폭동 행위(사변)도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문에서 계엄선포 이유로 든 ‘22건의 정부관료 탄핵소추’와 국회의 정부 예산 삭감 등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법학계의 통설은 선포문에서 거론한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이나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이 예견된다고 해도 가능성만을 토대로 한 ‘예방계엄’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 계엄 선포와 해제는 누가 하는가?

계엄선포는 헌법상 대통령에게만 부여된 권한입니다. 위헌·위법한 계엄선포라 하더라도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효력은 유지됩니다. 위헌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지게 되는데, 헌법재판소는 청구에 따른 판단기관이라 사전에 ‘위헌’이라고 밝힐 수 없습니다. 법으로 명시된 특정 비상사태(전시·내란 등)에서 어떤 비상적 수단을 취할지는 행정부 수장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부여된 독점적 권한은 ‘선포’까지입니다. 헌법은 비상사태인가에 대한 여부의 판단을 국회가 다시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계엄선포 후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고, 만약 국회가 폐회중이면 지체없이 집회를 요구하여야 합니다.(계엄법 제4조). 계엄의 정당성에 대해 국회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대응하여 해제할 수 있는 기관인 것입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계엄을 선포할 상황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이를 해제할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은 국회가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계엄 해제를 공고해야 합니다.(계엄법 제11조 1항, 2항) 대통령에게는 국회에서 해제안이 가결된 계엄을 유지할 권한이 없습니다.

계엄국면에서 국회의 역할이 이렇듯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은 더 확장됩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습니다(헌법 제44조). 또한 계엄 시행중에는 현행범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습니다(계엄법 제13조). 계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은 국회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됩니다.

# 계엄은 비상사태에서 이루어지는 통치행위이므로 국회의 판단을 배제해도 되지 않을까?

헌법은 문제해결을 위한 대통령의 초헌법적 결정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계엄관련 조항은 국민이 허용하는 예외적 조치의 한계를 정해놓은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의 효력이 정지되는 상황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즉 헌법이 정한 틀 안에서 계엄관련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헌법 제77조를 위반한 계엄은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 제77조를 위반하여 계엄을 선포한 행위는 곧 헌정문란이 됩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헌법 제77조 3항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계엄을 통해 국회의 권한을 제한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헌법 제77조3항)’하여야 하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해제’하여야 한다(헌법 제77조5항)고 하여 계엄에 대한 국회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 12·3 계엄은 내란죄가 성립되는가?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를 ‘내란’으로 보고 있습니다.
형법 제91조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의 행위를 “1.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12·3 계엄당시 포고령 제1호는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을 통하여 국회의원들의 국회출입을 막고, 계엄군으로 하여금 국회를 장악하도록 했습니다.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를 강압에 의하여 계엄 해제를 논의할 수 있는 권능행사를 막은 것입니다. 형법 제91조 2항에 정의된 국헌문란 행위입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국회를 장악해서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 내란에 해당한다. 대통령은 당연히 (내란죄상) 수괴다.”라고 말했습니다.

‘폭동’의 요건은 무엇일까요?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에 대한 재판에서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이라며,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는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보아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12·3 계엄당시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수용했지만 국회에 계엄군이 난입한 순간 내란죄는 성립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기수(旣遂)인가 미수(未遂)인가에 대한 여부는 다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는 명백한 위헌이었고, 12월 3일 밤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으려한 행위는 국헌문란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입니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들이 부여된 ‘권한’으로 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일은 민주공화국에서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12·3 계엄의 전모를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단죄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서의 국가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