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2-27 10:39
[192호] 시선 둘 - 윤석열 탄핵은 자명하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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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은 자명하다

자유기고


윤석열 탄핵은 자명하다. 나름 법조인이니만큼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가 어떻게 헌법을 유린하였으며 내란죄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이미 수많은 헌법학자들이 몇 주째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탄핵사유에 대해 견해를 내놓은 마당에 겨우 새내기 법조인인 내가 첨언을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윤석열 탄핵은 자명하므로 중요한 건 탄핵 이후에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에는 ‘촛불’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응원봉’으로 상징되는 20~30대 여성들이 주도하는 시위 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답답한 것은 제도권 정치가 마치 시위 현장의 청년 여성들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놀라워하거나 ‘그저 기특한 존재’라는 것 마냥 다룰 뿐 이들이 왜 이번 탄핵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다는 점이다.

사실 청년 여성들은 계속해서 광장에 있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때에도, 같은 해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된 이화여대 시위 때에도, 2018년 미투운동 때에도 청년 여성들은 광장에 있었고, 가깝게는 지난 가을 딥페이크 사건과 동덕여대 시위 현장에도 수많은 청년 여성들이 있었다. 계속해서 광장에 있었던 이들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앞세우며 성평등 정책을 축소해 온 윤석열이, 드디어는 교과서에 있던 ‘쿠데타’를 현실로 가져오자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에 집결했을 뿐이다.

장애인들도 계속해서 광장에 있었다. 이동권 보장을 위해, 복지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장애인들은 벌써 수십 년째 광장에 있었으나, 제도권 정치는 ‘불법시위’ 프레임을 씌우거나 ‘비문명적인 시위 방법’이라고 비난을 할 뿐이었다.

노동자, 성소수자들도 계속해서 광장에 있었으나, 제도권 정치는 이들에게도 손을 내민 적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된 후에야 노란봉투법 제정에 나섰을 뿐이며 정부여당은 ‘건폭’ 프레임 아래 노조탄압에만 몰두했다. 차별금지법 내지 인권정책기본법은 극우 기독교 단체들의 아우성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된 적 없다.

윤석열은 민주사회를 쿠데타로 파괴하려 하였으나 역설적으로 한국사회는 민주주의를 보다 더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였다.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강력한 의지가 표출되고 있는 지금이 윤석열로 대표되는 여성,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갈라치기와 탄압, 혐오정치를 청산하고 더 다원화된, 평등한 사회를 만들 기회이다.
사실 한국 사회는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이와 같은 기회를 맞이하였으나, 제도권 정치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손을 잡지 않았다. 높은 국정 지지율, 유리한 국회 의석 구성이 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다원화된,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하였고 윤석열이라는 자격 없는 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제도권 정치가 이번 기회에는 ‘나중에’를 외치지 않길 바란다.

윤석열 탄핵은 자명하기에, 우리의 목표는 더 다원화된,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추신 : 감히 ‘윤석열 탄핵은 자명하다’고 쓸 수 있게 해주신 12월 3일 늦은 밤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 이글은 익명으로 글을 보내온 새내기 법조인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