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1-29 10:37
[191호] 여는 글 - 다시 촛불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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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촛불

박영철


주말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 많은 시민이 운집했습니다.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 “누가 진짜 대통령이냐”, “대통령 퇴진” 등이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집회에서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정치하는 사람, 정치꾼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모든 국민들 힘으로 독재자를 물리쳤다”면서 정권을 규탄하는 각계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연단에 올랐던 어떤 청년은 일련의 시국선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분노했습니다. 안타깝지만 2024년의 풍경이 아닙니다. 2016년 겨울 박근혜 퇴진 투쟁 당시의 언론기사들입니다.

그리고 또 그 겨울이 왔습니다. 유독 매서운 겨울바람이 많이 스며드는 롯데백화점 앞에 이번 주말에도 수백 명의 시민이 그때와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들고 같은 분노를 담아 외치고 있습니다. “누가 진짜 대통령이냐?”라고 말입니다.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내걸고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권은 단 한 번도 국민을 주인으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본 광경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시행령을 통해 헌법을 유린하고, 법치를 동원해 민주주의를 훼손해왔던 폭력집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검찰을 비롯한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사정기관을 동원하여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검찰국가로 전락시켰습니다.

‘용산 이전’을 시작으로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건’ 등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굴욕적인 친일외교’, ‘핵오염수 방출사건’, ‘명태균 게이트-공천개입’ 등 다른 정권이었다면 스스로 퇴진했을 법한 세상을 뒤흔들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이 정권은 여전히 문제없다는 반응입니다.

경제가 무너져 나라 꼴이 어찌 되든 상관없이 오로지 ‘영부인 특검’을 막고 정권의 비리를 덮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태세입니다. 하지만, 집권 2년 반 동안 저질렀던 불의와 실정은 차곡차곡 쌓여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모두가 말합니다. 더 이상 정권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이대로 3년이 지나가면 이 나라가 망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10월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24일 현재 67개 대학에서 31개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나는 폐허속에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된 어느 대학의 시국선언에서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라고 고백합니다.

나도 그런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봅니다. 무디어진 감각에 기대어 “부끄럽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매주 토요일 또다시 ‘퇴진 집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퇴진을 위해 이번 주 촛불을 들고 참석하는 것은 어떨까요!

※ 박영철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상임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