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1-29 10:21
[191호] 시선 셋 -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의 신비롭지 않은 이야기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77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의 신비롭지 않은 이야기

양인영


며칠 전 폼페이 유적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우리가 이제껏 폼페이 유적에서 팔에 장신구를 한 유해를 당연히 여성이라 여겼고, 성인이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유해는 당연히 엄마가 자녀를 안은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여겨 마음 아파했다. 하지만 DNA분석 결과 손에 금팔찌를 차고 아이를 안고 있는 유해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남성과 아이로 밝혀졌다. 이처럼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다 여겨졌던 현실이, 너무나 당연하기에 그것이 과학적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실은 우리의 사회적 의견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과학이란 무엇일까?‘란 질문에 고정불변의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사회적 관념을 완전히 배제한 과학이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이기도 했다. 특히 순수과학이란 이성적, 논리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고, 철저히 개인적 의견은 배제되는 분야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은 시대의 변화와는 무관한 절대적인 진리라는 의식이 있었다. 과학이란 고정불변의 진리를 찾는 것이라 여겼으나, 작가는 과학적 양식이 과학 그 자체는 아나라고 말한다. 즉, 남성중심의 과학적 양식은 이론이나 가설을 평가할 때 이미 그 이론을 발표하는 과학자가 추구하는 가치나 선호, 동료과학자와의 관계 등 사회적인 요소와 무관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작가는 여성과학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특정 주제별로 편차가 크고, 전반적으로 더 많은 여성과학자의 육성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작가는 책에서 과학이 남성 중심적으로 발전해 온 역사와 그로 인해 여성의 몸과 경험이 신비화되거나 무지의 대상으로 여겨진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과학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성의 시각에서 과학을 재해석하고자 한다.

책은 성염색체와 뇌 구조, 임신과 입덧, 난자 냉동, 인공지능과 로봇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과학기술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의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에 내재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어떻게 기술에 반영되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 즉, 인간의 대화 데이터와 인공 데이터로 학습하는 ’인공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차별하지 않는 인공지능은 인위적인 노력과 개입으로 다듬어진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은 과학과 페미니즘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과학이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를 포함하여 더욱 포용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페미니즘과 사회적 공정성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본다.

페미니즘이 불평등의 해소를 목표로 하는 만큼, 인권과의 유사성이 높다고 여겨진다.따라서 인권적 관점에서 과학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이 책은 과학이 인권을 존중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함을 강조하며, 과학기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책의 표지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작가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이 과학서적임에도 불구하고 표지에 가장 여성성을 대표하고 강조하는 ‘립스틱’을 한 가운데 배치했다. 그러면서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있는 물건이 립스틱인 것처럼 여성들에게 과학도 신비롭지 않은 학문, 접근성이 용이한 학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립스틱의 뒤편으로 생긴 긴 그림자를 통해 립스틱이 당당하게 서있는 것처럼 표현된 모습에서 여성들도 과학의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십분발휘하는 당당한 과학자가 점점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은 과학기술이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발전해야 함을 시사하며, 과학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사회적 공정성과 인권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재고하고, 과학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일깨워 줄 수 있다고 본다.


※ 양인영 님은 울산여성의 전화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