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8-31 15:41
[176호] 인권 포커스 Ⅱ - 자치경찰 시행 3년 차를 맞아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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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 시행 3년 차를 맞아

이영환


지난 6월 17일 예정되어 있던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축제를 반대하는 대구시 행정당국과 축제가 열리도록 도운 대구경찰청의 충돌 하에 열렸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축제 반대 측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 측이 이를 모두 기각하여 열리는 축제를 언급하며 불법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와 이를 옹호하는 대구 경찰을 비난하며 반드시 대구경찰청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겁니다’라는 뜻도 밝혔다.
이는 시행 3년 차에 접어든 자치경찰제로 불똥이 튀었다.

자치경찰제는 전체 경찰 사무 중 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 여성·청소년·장애인 보호, 교통, 경비분야의 사무를 시/도지사 소속의 합의체 행정기관인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와 감독에 따라 수행하는 제도이며 자치경찰제는 국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질서유지에 필요한 시책의 수립 및 시행 책무가 있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가 경찰은 정보, 보안, 외사, 경비 및 112상황실과 전국적인 규모나 통일적인 처리를 필요로 하는 사무를 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은 정치인 출신의 시/도지사에게 과도한 권력의 집중으로 자치경찰이 사병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도입 전 우려가 현실화 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경찰 내부에서도 홍 시장이 지자체장의 권한 밖인 국가경찰 사무까지 개입한 건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집회·시위는 국가경찰 사무인 만큼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어, 지자체장은 물론 시도자치경찰위도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치경찰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이라는 한 지붕 세 가족이지만 한 가족이 세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어정쩡한 동거 관계라는 점이다. 광역자치단체마다 자치경찰위원회를 꾸려 자치경찰제를 해 왔지만, 정부 출범 후 70여 년 동안 해 왔던 국가 중심의 경찰제도 운용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경찰법은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 수사경찰 사무를 엄연히 나누고 있다. 하지만 자치경찰사무를 전담하는 지방경찰공무원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없다. 국가경찰공무원이 자치경찰사무까지 모두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치경찰위원회가 독립적인 예산·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자치경찰은 자치경찰사무에 해당하는 예산에 대해 국고보조금 방식으로 지원받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026년까지 자치경찰위원회의 계속 사업을 위한 예산을 동결했다. 즉 4년간,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계속사업 예산만 확보할 수 있어 예산의 자율권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인사권 또한 국가경찰이 집행한 인사에 대한 최종 심의만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나 자치경찰의 중심이 되어야 할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도 112 치안종합상황실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112 종합상황실은 국가경찰 소속으로, 자치경찰위원회가 아닌 시·도경찰청의 감독을 받는다.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지 못하는 제도적 모순에 처한 것이다.

더욱이 자치경찰제의 일선 경찰관의 신분전환, 파견형식 등 처우에 관한 보장이나 명확한 업무분장 등 당사자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명확하지 않아 경찰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자치경찰 도입 2년이 지나 3년 차지만 아직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 개선하고 국민들의 참여와 의사표명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현장 경찰의 의견을 반영하여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 하루빨리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자치경찰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 퀴어 축제를 옹호한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이나 행안부 내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전국 총경회의를 주관하여 얼마 전 사직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을 생각하며 여름을 보낸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