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6-30 11:23
[174호] 시선 둘 - 조선업 이주노동자 유입과 하청노동자 현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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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이주노동자 유입과 하청노동자 현실

권기백


울산 동구에 이주노동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조선업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를 제조업 인력난 해결의 대안으로 선택하면서 더욱 늘고 있다. 이곳 현대중공업은 현재 2,100명 수준이지만 앞으로 6~7,000명 정도까지 확대된다고 한다. 미포조선까지 합치면 1만 명 수준이 된다.

현대중공업에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기존의 하청노동자들은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저임금 현실은 바뀌지 않고 피부색 다른 이주노동자들과 같이 일하려니 언어 소통도 안 되고
시선 둘
문화적 차이도 있고 작업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니 힘들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도 코리안 드림을 안고 왔지만 고된 노동에 낮은 임금으로 불만이 많다. 기숙사 숙소비 등으로 공제되는 금액이 커서 실제 받는 돈은 얼마 안 된다고 한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태국 출신 계약직 노동자들이 무단으로 회사를 나오지 않은 일도 있었다. 고된 노동과 저임금에 대한 불만이었다.

회사에서도 준비가 미흡하다. 통역코디가 부족하고, 식사문제나 기숙사 수용시설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안전교육을 시행할 때 모 회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로 8시간 법적 안전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인력난의 근본해법은 미뤄둔 채 손쉬운 저임금 이주노동자를 대거 투입하는 것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통해 숙련공 대부분은 조선소를 떠났다. 이들이 떠나면서 생산체계가 많이 무너졌다. 다시 물량이 늘면서 현장에 이주노동자들을 투입시킨다고 해서 무너진 생산체계가 쉽게 복원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E-7 비자를 완화해서 외국인 숙련공을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조선업 특성상 자격을 보유했다고 바로 숙련공이 될 수 없다. 또다시 조선업 기업주들과 윤석열 정부는 E-7 비자의 임금요건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완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미 외국인 고용쿼터제는 완화하였다.
결국 하청노동자의 근본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5월에 울산 동구청 비정규센터에서 하청노동자 사회안전망 토론회가 있었다. 거기에 소개된 하청노동자 두 분의 사연을 들어보니 더욱 기가 막혔다. 문제는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이 그런 사연을 안고 노동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20년 근속의 하청노동자는 업체가 바뀌면서 퇴직금을 못 받았다. 이런 경우는 너무나도 비일비재하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서 퇴직금을 받았는데 100% 다 받아야 하는데 100% 적게 받았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임금을 떼이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또 한 분은 산재신청이 너무 힘들다는 사연이다. 질병에 대한 범위가 너무 넓고 공단에서 지정한 질병에 대한 것만 인정된다.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면 당연히 산재 치료해줄 줄 알았는데 회사는 하청이란 이유로 차별과 불이익을 준다. 그러다 보니 산재신청이 너무 번거롭고, 일도 못 하니 생계가 어려워지고 그래서 결국 산재신청에서 빠지게 된다. 그리고 월급이 작지만 5년 근속이면 자식들 학자금 준다고 해서 하고 싶은 말 참으며 버텼는데 산재로 일을 더 할 수 없을 지경으로 몸이 나빠졌다고 한다. 모든 고통은 본인이 감당해야하는 현실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하청노동자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이 필요하다. 조선업 하청노동자는 과거 2000년대 초반에서 제조업 대비 임금수준이 150% 수준이었지만 조선업 침체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급격히 낮아졌다. 현재 제조업 평균치 수준이다. 기본급 30%는 인상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저가수주의 문제가 있어서 어렵다곤 하지만 힘든 노동의 특성을 보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청업체는 부득이 폐업하더라도 상용직은 고용승계, 원청의 근속기간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야 임금도 오를 수 있다. 또한 성과금, 학지금지원, 휴가비, 귀향비, 격려금 등 후생복지는 원청에서 차등지급하고 있는데 차등지급기준을 없애거나 기준 자체를 하향하여 전체의 복지수준을 높여야 한다.

다단계하도급을 제도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최근엔 오히려 단기업체 외주인력업체 물량팀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고용구조를 단순화하고 업체 상용직을 늘려야 품질과 안전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다단계하도급은 무수한 안전대책을 무용지물로 만든 구조적 문제이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곧 하청노동자의 문제이다. 조선소의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역사회의 미래도 노동자의 미래도 없다. 노동자를 단순히 인건비로만 바라보는 시선으론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하청노동자를 양산해온데에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도 있지만 방치해온 지역사회의 몫도 있다. 하청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보호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지역사회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제안한다.


※ 권기백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