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6-03 14:37
[173호] 시선 하나 - American Pie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979  

American 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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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의 국가(國家)나 다름없는 노래다……. 이런 노래를 외국 정상이 불러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윤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불렀다는 소식에 미국의 한 의원이 한 말입니다. 이 의원의 말처럼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의 국가나 다름없는 노래, 즉 미국의 정체성과 정서를 담고 있는 아주 미국적인 노래라고 합니다.

‘아메리칸 파이’의 앨범 표지에는 엄지척한 손가락이 크게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엄지손가락에는 성조기가 그려져 있죠. 속된 말로 한마디 하면 ‘미국 따봉, 미국 최고’입니다. 그러니 미국 의원이 ‘이런 노래를 외국 정상이 불러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할 만하죠. 상대국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서 그 나라의 정책이나 제도, 시스템 등 일부에 대해서 ‘이러이러한 것은 당신네 나라가 최고입니다’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 나라를 통칭해서 ‘당신네가 최고입니다’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왜냐하면, 모든 게 최고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봉’을 외친 겁니다. 한 국가의 정상이.

‘아메리칸 파이’에는 두 개의 죽음이 나옵니다. 앞에는 “The day the music died (음악이 죽은 그 날)”이고요. 뒤쪽에는 “This'll be the day that I die(오늘 내가 죽을 수도 있지)”입니다. 윤 대통령은 ‘아주 오래전에, 난 여전히 기억할 수 있어(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로 시작하여, 음악이 죽던 그날(The Day the Music Died)’까지 7소절을 불렀다고 하는데요. 음악이 죽던 날은 1950년대 말 가장 미국적인 가수로 인정받던 20대 초반의 록가수 ‘버디 홀리’가 사망한 날(1959.02.03.)입니다. 순회공연을 가기 위해 탔던 경비행기가 추락했거든요.

1950년대는 미국의 황금기였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리틀 리처드’가 쌍벽을 이루고 있었죠. 그런데 57년에 ‘리틀 리처드’가 목사가 되겠다고 은퇴를 하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58년 군대에 입대합니다. 반항과 자유를 상징하는 로큰롤의 두 스타가 사라진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두 스타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좌절하죠. “Don't trust over thirty. (서른 넘은 사람은 믿지 말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때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 ‘바디 홀리’였습니다. ‘바디 홀리’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구원자로 떠오르며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런데 ‘바디 홀리’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영국 출신의 비틀즈가 자리를 메꾸기 시작합니다. 뒤이어 롤링스톤즈, 레드제플린 등의 영국 뮤지션들이 미국 대중음악을 장악하죠.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자신들이 ‘넘버 원’이었는데 자리를 뺏긴 것입니다.

미국은 1차 대전 이후 세계 최강국의 하나로 자리 잡았고,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자본주의 국가의 맹주이자 원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대중음악계가 영국에게 점령당한 것이죠. ‘아메리칸 파이’의 서정적인 노래에는 ‘They were singing bye, bye, Miss American Pie(그들은 노래했죠. 잘가요. 아메리칸 파이 양).’ ‘Singin' this'll be the day that I die (오늘이 바로 내가 죽는 날이 될 거라고 노래했죠.)’라는 가사가 반복됩니다. ‘우리가 넘버 원인데, 왜 다른 나라 음악을 좋아해?’라는 자조와 비관, 설움이 담겨있죠. ‘내가 1등이야. 인정할 수 없어.’라는 몽니(?)가 들어있죠.

그런데 왜 ’Pie’냐고요. pie는 미국인들의 대표적 디저트 음식입니다. 파이 축제도 많이 열리구요. 지역마다 요리방법도 매우 다양합니다. 한국의 ‘김치’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러니 ‘pie’라는 단어에는 ‘아주 미국적인’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죠. 한마디로 ‘American Pie’는 미국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그러니 미국 의원도 놀랠 수밖에요. ‘이런 노래를 외국 정상이 불러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라는 말 속에 이 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담겨있지 않을까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난 4월 26일 백악관에서.

※ 위 글은 익명으로 게재를 요청하여 보내온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의 글입니다.